영원이 될
우리의 8월의 추억
어거스트센트

146번째 이야기 / 2024.1.30

천안역 역전시장 골목에 들어서서 걷다 보면 2층 규모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빈티지한 외벽에 파란 커튼이 대비되어 어쩐지 멋스러운 느낌이 가득하다.

가정집은 분명 아닌데 간판이 잘 눈에 띄지 않아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호기심에 기웃대다 보면 하늘색 작은 입간판에 그려진 하얀 커피잔이 ‘이곳은 카페입니다’하고 조용히 깃발을 흔들고 있다.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워서 들어선 내부는 또 별세계. 2019년에 오픈한 천안역 감성 카페 <어거스트센트>다.

'8월의 향기'라는 뜻의 <어거스트센트> 상호는 원래 과거 디퓨저 사업을 위해 지었으나, 카페 컨셉에도 어울려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김경주 대표에게 8월은 특별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아내와 반려견인 에몽이도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달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 행복한 추억을 지닌 달인만큼 카페를 찾는 모든 이들과 이곳에서 함께 좋은 향기 가득한 추억을 만들면서 오랜 인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차선을 최선으로 만든 #mood_앤티크

어렸을 때부터 커피의 매력을 즐겼다는 김대표는 오랜 꿈이었던 카페 창업을 위해 4년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가족 사정으로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던 지금의 건물을 인수한 김대표와 아내는 카페의 인테리어 설계부터 수리까지 대부분을 직접 참여했다.
처음에는 당시 유행하던 거칠면서도 쿨하고 이색적인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컨셉을 전면으로 세워 꾸미려 했다. 하지만 공사가 지연되며 예산 초과로 기물을 철재에서 목재로 변경하며 컨셉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게 되었다.

“상황을 타결한 건 아내의 아이디어였어요. 세월의 흔적이 주는 빈티지한 멋과 이국적인 분위기라면 ‘앤티크’에서도 느낄 수 있으니, 기존까지 진행된 인더스트리얼풍 배경에 앤티크를 매칭하자고 하더라고요. 와 그거다! 싶었어요.”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생 끝에 자리 잡은 <어거스트센트>는 독특한 아우라를 지니게 되었다. 구석구석 각종 빈티지 앤티크 소품으로 볼거리가 풍성하지만 2층으로 구성된 탁 트인 높은 천장으로 개방감을 주어 어수선하거나 답답함이 없다. 거친 노출 콘크리트 벽면을 예쁜 소품과 노란 조명이 감싸 안아 전체적으로 따스한 느낌을 준다. 어느 곳을 찍어도 예뻐서 전부 인스타 인증샷 각이다.

또 특이한 점은 <어거스트센트>는 카페 외에도 옷이나 디퓨저 식기 등 다른 물품도 판매하고 있어서 마치 편집샵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공간 활용을 하고 싶었어요. 오프라인의 강점은 공간을 ‘경험’하며 사람의 기억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카페에 오신 분들이 커피를 마시다가 옷도 골라보고 디퓨저 향도 맡아보고 예쁜 식기도 구경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특별함을 찾아서 #mood_시그니처

김대표가 강조하는 <어거스트센트>의 메뉴 선정 기준은 우선 지나치게 고가가 아니면서도 흔하지 않고, 스스로 맛있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 원두나 찻잎을 제외하곤 생크림부터 시럽, 청이나 초코 소스, 샌드위치 소스, 페스토 등 모두 김대표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평소에도 요리를 좋아한다는 김대표의 추천 메뉴는 무엇일까.

“먼저 음료중에는 「아인슈페너」가 제일 잘 나가고 있는데요, 저만의 배합으로 만든 쫀득한 생크림이 핸드 드립 커피의 향과 만나 시너지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어요.
디저트는 「하몽 크로플」을 추천드려요. 햄과 아이스크림의 조화라니 안 어울릴거라고 예상하겠지만 한층 고급스러운 단짠단짠이 의외의 하모니를 이루면서 대부분 호불호 없이 인기가 많습니다.
샌드위치는 「하몽 샌드위치」가 마니아층이 많아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에서 먹었던 하몽 샌드위치를 잊을 수가 없어 직접 개발했습니다. 과일을 추가해 상큼함까지 더했는데 천안에서는 아마 저희 카페에서만 드셔볼 수 있는 메뉴일 거예요.”

음료나 디저트를 받은 고객들이 '우와~'하며 감탄하면서 모두 드시고 가거나 지인에게 추천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시간과 정성을 담보로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울지라도 기성품이 아닌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 샌드위치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무엇보다 <어거스트센트>만의 특별한 존재는 마스코트 ‘에몽이’다. 올해 8살인 베를링턴테리어 에몽이는 정말 이렇게까지 순한 강아지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얌전하고 조용하지만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얼마나 영특한지 눈치도 빨라서 자기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슥 다가가서 이쁨을 받지만 원치 않는 분들에게는 잘 다가가지 않는다고 한다.

“카페 개업 초기부터 오로지 에몽이를 보러 오는 분들도 많아요. 에몽이를 위한 그림과 사진 선물을 많이 받아서 항상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래서 매년 5월 에몽이의 생일에는 약 스무분 정도를 초청해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생일파티 이벤트도 즐기며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미래의 8월을 위해 #mood_비전

<어거스트센트>의 김대표는 '의외성'에서 오는 강렬함이 이 카페의 매력이라고 한다.

“외관만 봐서는 카페인가? 싶을 정도로 인더스트리얼 특유의 낡고 거칠고 단순한 느낌이지만 막상 들어오면 안은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앤티크 컨셉이라 그 갭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또 좋은 재료의 식음료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지만 음식을 담는 컵, 쟁반, 식기류는 모두 발품을 팔아 고가의 제품으로 구성했어요. 그런 의외성이 고객의 마음을 끌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이미 과포화 상태의 레드오션인 커피 시장이라고 하지만 김대표의 생각은 좀 다르다. 통일성과 동일한 레시피가 중요한 프랜차이즈가 담지 못하는 커피와 공간의 다양한 재미를, 특성 있는 개인 카페들은 담아낼 수 있을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
숲을 보는 것이 삶에 있어 중요함을 아는 김대표의 바람은 단순히 카페가 잘되는 것을 넘어 앞으로 천안역 상권, 더 나아가 천안시 동부권이 보다 활성화되는 것이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정책이 필요한데 단기 임대료 지원 같은 단순한 공간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껴요. 적극적인 실무자와 전문적인 컨설팅, 전시나 공연 관련 주변 대학 예술학부와의 문화적 교류 지원 등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찾기가 쉽지 않은 곳에 있어 지도 앱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늘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낀다는 김경주 대표의 진심 가득한 말속에는 이 공간을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가 선사하는 8월의 향기로 가득한 카페는 삶의 소란함을 잠시 잊게 해줄 안식처로서 언제나 열려있다.



*인스타그램 @offlcial_augustscent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