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가치를 전하는
빈티지 의류샵,
포이에마

18번째 이야기 / 2021.03.30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들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간직하는 걸 좋아한다. 간직보다는 사는 거보다 버리는 걸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비워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의 제약이 생기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보고, 꺼내보면서 되팔거나 또는 버리는 게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옷 또는 신발 액세서리 등을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아무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옷. 그저 버리자니 아깝고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리저리 리폼을 해보자니 '금손'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을 것 같고, 이렇게 실패한 옷은 결국 내다버리게 되니 결국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일이 돼버리고 만다

이런 '헌옷의 딜레마'에서 리사이클링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 있다. 천안역 청춘거리에 위치한 천안 볼트 문화예술 협동조합, 2층에 위치한 빈티지 숍 포이에마가 그 주인공이다. 포이에마에서 진정한 리사이클링과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포이에마
❝ 포이에마 : Poiema ❞

포이에마는 그리스어로 사전적 의미는 '걸작품'이라고 한다. 그 안에 회복, 재창조, 치유라는 의미도 담겼다. 포이에마라는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정한 이유는 물건들도 사람들도 회복하고 치유돼 우리는 존재 이유만으로도 걸작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회복과 치유의 공간인 만큼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담았다고 한다. 너무나 멋진 말이라 한동안 그 의미를 되새겼다. 생소한 단어라 입에 쉽게 붙지 않았지만, 막상 의미를 듣고 보니 매장에 진열된 옷들이 달리 보였다.

포이에마 대표님은 경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작은 쇼핑몰을 운영했었다고 한다. 돌고 돌아 다양한 일을 해봤지만, 결국 빈티지 의류에 제일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준비 끝에 빈티지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게와 옷을 소개하며 무척 즐겁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표님의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 덕분에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가게에 들어온 대부분 제품들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온 게 대다수라고 한다. 이 또한 대표님의 '빈티지 의류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가게에 가장 많이 있는 의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재 표이에마를 방문하는 분의 연령대가 다양해 어느 하나로 특정하긴 어렵지만, 주로 여성의류가 많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이에마

매장을 운영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손님은 "가족" 단위의 손님이라고 한다. 빈티지 의류가 이제는 하나의 소비 문화로 정착했지만, 아직도 어르신들께는 조금 낯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빠, 엄마, 딸, 그리고 남동생까지 가게에 방문해 각자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무척 생소하면서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빈티지라는 카테고리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어서, 그리고 그 모습을 포이에마에서 볼 수 있어서 무척 만족하고 뿌듯했다고 한다.

포이에마에서는 손님들이 방문할 때 스타일 제안을 하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필요하다면 함께 스타일을 발견해나갈 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3R의 가치

빈티지 의류는 오늘날 소비세대의 '가치있는 소비'와 맞닿은 소비 방식이다.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새로운 소비 세대는 친환경 가치소비를 하는 '그린슈머'로 알려져있다. 이들에게 빈티지 의류는 옷을 재사용(Reuse)하는 방식이고, 리폼을 통해 다른 옷의 재료로 재활용(Recycling)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쓰레기를 줄일(Reduce) 수 있는 소비다.

포이에마의 대표님 또한 3R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대부분의 옷들은 대표님이 직접 구제 숍에서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서 가져온다. 그 다음 재사용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 상태를 체크하고, 의류 소독, 스팀 드라이까지 진행한 후에야 포이에마에서 판매할 수 있는 빈티지 의류가 된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제품들은 따로 선별한 뒤, 직접 리폼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간단한 리폼에서부터 스타일 전체를 뜯어고칠 정도로 다양한 리폼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옷이 다른 옷을 살리는 재료로 재활용될 수도 있다.

포이에마

이러한 과정이 무척 힘이 들법하기도 한데, 워낙 옷을 좋아해서 옷을 찾으러 가고, 새롭게 만드는 일은 늘 즐겁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즐거움을 고객들도 느낄 수 있길 바라기에 스타일링 제안도 섣불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포이에마의 상품 구성도 이러한 철학을 따른다. '어떤 스타일의 가게'로 정의되지 않고, 찾을 때마다 걸작품이 나오는 보물상자같은 가게가 되도록 전체 콘셉트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원하는 것들로 매장의 물건들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 옷부터 남자 옷, 심지어는 아동복까지 다양한 의류를 포이에마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자칫 콘셉트가 불분명한 시장통 같은 가게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대표님의 빈티지 의류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게 하나의 스타일 같다고 해야 할까?

포이에마

현재는 리폼에 이어 에코백을 제작해 판매 중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포이에마 로고를 활용해 에코백에 이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빈티지 의류를 소개하는 대표님의 눈빛에서 열정 가득함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현재는 숍인숍 형태지만, 언젠가는 단독 매장인 포이에마를 다시 만날 날이 기대가 된다. 포이에마의 다양한 상품, 그리고 대표님이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려면 인스타그램(@poiema_vintage)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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