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안경
서경석 안경원

147번째 이야기 / 2024.1.30

TV, 컴퓨터, 핸드폰, 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의 문화에 커다란 혁명을 일으켰다.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공유되며 각종 즐길거리가 차고 넘칠 만큼 가득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그 찬란한 기술의 대가로 우리의 신체는 시력을 지불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50% 이상은 시력교정용 안경을 착용 중이다. 안경을 쓰는 연령대는 날로 낮아지는 반면 젊은 층의 노안 현상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은 많이 쓰면 약해지고 닳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신체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디지털기기의 서슬퍼런 빛에 시달리며 피로해진 눈은 근육이 약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지며 결국 시력 이상을 초래한다.

기술의 발달로 라식이나 라섹 등 수술적 요법의 비중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시력 교정 수단은 안경이다. 21년 천안 와락 매거진에 먼저 소개된 바 있던 <서경석 안경원>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천안 시민들의 눈이 되어주고 있었다.

천직으로의 귀환

화사한 모습으로 에디터들을 반갑게 맞아준 김문겸 대표는 28년 전 처음 이 일과 인연을 맺었던 때를 떠올렸다.

“앞으로 전망이 좋다는 여러 학과들 중에서 뭔가 특이하고 생소한 학과라고 생각해서 호기심으로 선택했어요. 안경광학과에서 기초를 다지고 안경사 면허증을 취득했지만 졸업하고 제대 후에는 다른 진로를 준비중 이었는데요, 우연히 학교 선배의 부탁으로 재미 삼아 본 면접에 합격되어 지금의 <서경석 안경원>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이 일을 실전에서 하다 보니 생각보다도 적성에 잘 맞았다. 초대 창업주였던 서경석 대표에게 2003년 매장을 이어받은 후 상호 변경 없이, 서경석 없는 <서경석 안경원>을 지금까지 운영하게 되었다. 지금은 천직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때로는 돌아서 선택한 길이 정답일 때도 있는 법이다.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 맞춤형 안경 제작 과정 속으로

김대표는 특유의 친근한 화법으로 고객의 일상, 성향, 스타일을 파악한 후, 세심한 시력 검사를 거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는 렌즈를 처방하고 안경테를 추천하고 있다. <서경석 안경원>은 매장 평수 대비 2배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안경테와 렌즈가 골라지면 안경원에서 직접 가공하여 제작하는데 특수 고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98%는 자체제작이 기본이다. 만약 색상추가나 고도수, 다초점 렌즈일 경우에는 별도 렌즈 제작을 해야하기 때문에 3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안경이 완성되면 선 피팅으로 최종 상태를 확인하고, 고객이 시착해보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후 피팅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안경이 얼굴을 압박하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조절해 안성맞춤의 착용감을 선사한다.

빛을 굴절하는 작은 세상, 안경의 이야기

뭐든지 술술 답변 가능한 전문가가 눈앞에 있으니 평소 안경에 대해 궁금하던 내용들을 묻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도 근시 고객일 경우 렌즈 '압축'을 몇 번 하는지에 대해 문의가 많다. 렌즈 압축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그는 의외의 답변을 들려주었다.

“최근엔 플라스틱 렌즈가 대부분인데요, 일반적으로 '압축'이라고 하면 프레스로 안경 렌즈를 눌러서 얇게 만든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렌즈의 두께를 결정하는 건 굴절률이에요. 하나의 렌즈를 여러 번 압축하는게 아니라 각 굴절렌즈 종류마다 재질이 달라요. 쉽게 말하자면 옷감 종류에도 실크가 있고 기모면이 있듯이 재질마다 얇게 가공할 수 있는 정도가 다릅니다. 높은 굴절률일수록 얇아지고 고도수 렌즈에 사용해요.
최근에는 9단계 10단계 압축, 이렇게도 홍보하는데 사실 일정 수준 이상 차이는 미세해서 오히려 고객의 선택에 혼동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 4단계까지만 안내합니다.”

그럼 안경을 오래 착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플라스틱 렌즈의 하드코팅막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오랜 사용을 위해서는 뜨거운 물 세척이나 여름 차 안 등 뜨거운 곳에 오래 두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안경테는 일반적으로 3~4년을 기본으로 쓸 수 있지만 사용하면서 테가 휘어질 경우 초점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니 안경원에 방문하여 재피팅 작업을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안경으로 엮어진 소중한 인연

김대표에겐 결코 잊지 못할 특별한 고객이 있다. 오랜 단골이셨는데 처음 김대표가 매장을 인수받았을 때도 불쑥 찾아와 집안의 모든 안경들을 가지고 와서 렌즈 교체를 의뢰하실 정도로 마음이 넓은 좋은 분이셨다고 한다.

“교체 관련 상담을 마친 후에 금액을 말씀드렸는데요, 쿨하게 ‘알았어.’ 하며 일어나시더니 봉투 하나를 테이블에 툭 놓으셨어요. '남으면 쓰든지.'하고 나가셨는데 당시엔 바빠서 인사만 드리고 바로 확인해보진 못했어요. 후에 안경값이려니- 하고 열어보았는데 100만 원이나 되는 금액을 주고 가신 거예요. 그렇게 안경을 보내드리고 며칠 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듣고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어요.”

아직도 그분의 안경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김대표다. 평소 얼마나 고객과 신의와 정을 쌓고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위탁 시설의 보호 아이들의 약시 교정을 20년간 맡고 있다. 선천적으로 안구가 저발달 상태로 태어난 경우에는 방치를 하면 시신경 자극이 되지 않아 아예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단계별로 특수 교정 렌즈로 관리를 해서 시력을 회복하게 하는 일이다.
그렇게 잘 자란 아이들이 독립해서 음료수 들고 찾아오면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다고 한다.

신뢰와 정성이 만나는 곳, <서경석 안경원>의 약속

김대표는 소중한 시력 보호를 위해 되도록 전자기기의 이용을 줄이고, 혹여 장시간 작업을 하더라도 중간중간 먼 곳을 보거나 자주 눈을 감았다 뜨고 마사지를 해주는 등 의식적으로 눈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함을 강조했다.
김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운영원칙은 무엇보다 ‘믿음’이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마진이 좋은 비싼 제품으로 유도하는 걸 자제하고 내 가족 대하는 마음으로 고객의 시력 상황에 맞는 안경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역 상권이 많이 쇠락했지만 그래도 이런 진심을 알아주고 꾸준히 찾아오신 단골분들 덕분에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불경기로 다 같이 힘든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저희 매장에 오시는 한 분 한 분에게 신의를 지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어 그 자식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까지도 3대가 함께 찾는다는 <서경석 안경원>의 비결은 안경을 단순히 시력 교정 수단이 아닌 마음을 담는 매개체로 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 쉴 틈 없이 혹사당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의 눈이다. 지친 눈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동료를 만들어주고 싶다면 천안역 역전시장 골목 입구 주황 간판의 <서경석 안경원>을 방문하여 자세한 상담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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