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떠나는
미술 여행
아트래스팅

145번째 이야기 / 2024.1.30

명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영감을 준다. 고흐의 쏟아질 듯 거친 질감에서 감정의 파도를, 클림트의 수많은 패턴의 향연에서 몽환적인 황홀함을, 피카소의 자유분방함에서 고정관념의 틀을 무너뜨리는 해방감을 느끼곤 한다.

현대 심리학은 이런 미술의 효과를 치료의 영역으로 받아들였다. 창조하는 과정에서 불안이나 공포의 감정을 개선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보기 좋게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능동적인 자가 치유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천안역 지하상가의 <아트래스팅> 허윤희 대표는 이런 미술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미술이 주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공방을 운영하게 되었다.

우연인 듯 필연처럼

허대표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수많은 공모전 수상 이력이 빛나는, 경력 15년의 베테랑 디자이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의 대격변 속에서 번아웃이 오며 슬럼프를 겪게 되었다. 잠시 삶의 휴식이 필요했던 그녀는 운영하던 디자인 사무실을 접고 마우스 대신 붓을 들었다.
늘 보던 컴퓨터 화면이 아닌 새하얀 캔버스를 마주하자 놀랄 만큼 열정이 샘솟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져서 디자인 작업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놀라운 체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미술 공방 운영을 결심했다. 그러자 불현듯 이곳 대흥동 지하상가가 떠올랐다.

“검색해봤더니 마침 지원 공고가 있었고, 마감 날짜를 보니 딱 그 달 말까지 모집 중인 상황이더라고요. 아, 이건 운명인가 싶었어요. 심사를 거쳐 다행히 합격이 돼서 현장 시찰을 가야 하는데 사실 처음엔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이곳에 워낙 오랫동안 오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정말 깔끔하고 환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서 너무 좋았고 하루라도 빨리 공방을 열고 싶었어요. 그렇게 올해 8월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상호인 <아트래스팅>은 Art(예술)+Interesting(재미있는)의 합성어로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삶의 휴식과 재미를 찾다.'라는 의미다. 허대표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어 더욱 뜻깊다. 우연인 듯 필연처럼 만나게 된 이곳에서 미술 공방과 디자인 일을 병행하며 열심히 제2의 삶을 일구고 있다.

준비물은 오로지 마음 뿐

<아트래스팅>의 원데이 클래스는 아크릴화, 백드롭페인팅, 임파스토화(나이프페인팅), 오일파스텔화, 색연필 컬러링, 토이 피규어 컬러링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실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굳이 정하지 않아도 좋다. 모두 기초가 없어도 쉽고 재밌게 다룰 수 있는 소재들이며 허대표의 노하우로 미술을 처음 해보는 사람도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오시면 돼요. 모든 재료는 공방에 다 마련되어 있어요.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사실 처음에 겁이 나실 수도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떻게 그림을 그려.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시는데 그런 분들도 일단 오셔서 시작하면 얼마든지 본인만의 좋은 작품을 가져가시더라고요. 그냥 ‘재밌는 거 하러 가야지~’라고 가볍게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이론보다는 재미가 우선이라는, 미술 심리 상담 자격증도 보유한 허대표가 생각하는 미술 행위의 긍정적 효과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물론 학술적으로 창의력 발전-이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림에 몰두하는 시간만큼은 잡념 없이 온전히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거예요. 너무 많은 생각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만들잖아요. 이곳에 오셔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간 동안에는 삶의 모든 걱정과 시름 내려놓고 내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재미와 행복감으로만 충만하길 바라며 강의하고 있어요.”

당신을 위한 여행 가이드

오랜 경력의 프로 디자이너로서 허대표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소통’이라고 한다. 클라이언트와 소비자의 니즈를 조율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고 그 결과물이 세상과 잘 소통이 되어야지만 성공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철학은 미술 공방을 운영하면서도 이어졌다. 클래스를 찾아온 수강생의 마음을 존중하고 상호 간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좋은 공방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공방 특성상 어린이들이 많은데 허윤희 대표는 늘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들에게서 저 또한 많이 배워요. 어린 왕자가 단순한 상자 그림에서 그 속에 있는 양을 봤듯이 그 천진한 관점이 너무 신선해요.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땐 마구잡이로 그린 것 같지만 아이는 ‘토끼’라고 뿌듯해하며 말해요. 정갈하고 반듯하게 그린 그림이라고 아이들에게 꼭 좋은 그림은 아니에요. 반면 우리가 보기엔 이게 뭐지? 싶은 것도 아이에겐 최고로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이것이 예술이구나 싶었어요. ”

‘선생님 최고예요. 또 올 거예요.’하며 새끼손가락 걸고 가는 어린 수강생들을 보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공방을 운영하며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

“천안에 아이들이 갈 데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이곳 원도심에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어른이나 아이나 영상에만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게 볼 때는 즐거워도 남는 것이 없어요. 전 공방을 오는 수강생들이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그림이라면 버리지 않는 이상 영구적으로 간직할 수 있으니 아주 좋은 매개체가 아닐까요?”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건 자신을 향해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내가 택한 모든 색채와 터치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기꺼이 헤아릴 준비가 되어 있는 포근한 봄바람 같은 <아트래스팅> 허윤희 대표의 가이드라면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의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 artresting.modoo.at
*클래스 예약 및 디자인 의뢰 카톡 문의 @아트래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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