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원도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시간
천안 명지역길 스탬프 투어

79번째 이야기 / 2022.01.13

매년 새해 다짐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운동.’ 하지만 항상 새해는 추운 겨울에 시작되고, 이불 밖은 위험한 계절이기에 이 다짐은 금세 스러지고 만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미세먼지와 계속되는 전염병의 확산은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준다.

아무리 굳게 마음을 다잡아도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라면, 올해는 가벼운 ‘걷기’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때마침 천안에서 사진도 찍고 쇼핑도 하며 즐겁게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천안 명지역길 스탬프 투어’가 시작됐다. 반가운 소식에 기자도 202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스탬프 투어에 참여했다.

스탬프투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걷기’

걷기는 이동을 위한 단순한 신체활동이라 생각되지만 다양한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혈액순환을 돕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우울증 위험을 감소시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등 수많은 장점을 가졌다. 또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런 걷기 운동이 단순한 건강관리를 넘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여행 상품과 접목하기도 하고 심신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을 높이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전국 지자체에서도 많은 걷기 코스를 지속해서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천안 명지역길 스탬프 투어다. 총 2~3km밖에 되지 않는 쉬운 코스인데다 한때 천안 원도심의 최고 번화가로서 영광을 누렸던 상권을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다.

스탬프투어

처음 ‘명지역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천안 원도심에 그새 내가 모르는 역이 생겼나 싶었다. 알고 보니 명동상가, 지하도상가, 역전시장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말이다. 천안 원도심 상권 활성화와 천안 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입에 착 붙는 게 자연스럽다.

그 이름답게 천안 명지역길 스탬프 투어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어느 곳부터 시작해도 상관없고 그저 골목골목을 구경하듯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걸으면 된다. ‘걷쥬’라는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해 가입하고, 참가신청을 한 뒤 명동상가 안 7곳, 지하도상가 안 3곳, 역전시장 안 7곳, 이렇게 총 17곳의 스탬프를 찍기만 하면 미션 완료다.

스탬프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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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매력을 가득 품은 천안 역전시장

기자는 6.25 전쟁 직후부터 시작되어 천안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역전시장 길을 먼저 걸었다. <역전시장 메인출구>부터 <대산 정육점>을 지나 <장모님 삼계반탕>에 이르기까지 시장길을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여쁜 꽃구경도 하고, 이불도 살펴보고, 야채나 생선 등의 찬거리도 보면서 전통시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약 200m 정도로 그리 긴 길은 아니었지만, 옷가게, 꽃가게, 과일가게, 한복점, 전통 떡집, 생선구잇집 등 다양한 분야의 매장들이 들어서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해가 떨어진 저녁 시간대의 역전시장은 더욱 매력적이다. 매장 간판에 불이 들어오며 낮보다 환하고 화려한 야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그곳은 순대 국밥, 생선구이, 삼계탕, 떡볶이, 갈비 등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이 가득해 식욕을 돋운다. 조금 더 다채로운 전통시장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른 저녁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

반대편 역전시장 출구로 나가 <문성동 행정복지센터>를 찍고, 그 앞 골목길로 들어서면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용품 전문 매장인 <은빛 행복마트>가 나온다. 다시 방향을 틀어 발효 장터인 <장독대>를 지나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신축된 천안시 노인회관까지 발걸음을 옮기고 나면 역전시장의 스탬프는 모두 완료된다.

이번 스탬프 투어를 위해 코스 내 17개 지점에 블루투스를 활용한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인 비콘(Beacon)이 설치됐다.

스마트폰에 ‘걷쥬’ 앱을 내려받고 블루투스와 위치정보를 ‘허용’으로 설정해둔 상태에서 이 비콘이 설치된 곳 20m 이내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스탬프 처리 메시지가 팝업 알림으로 나타난다.

주변만 가도 알아서 반응하기에 굳이 비콘 단말기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각 지점마다 어기에 비콘 단말기가 숨겨져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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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거리가 풍성한 지하도상가

지하도상가는 천안역 앞 버들로를 따라 일자로 워낙 잘 조성되어 있는 덕분에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 지점이 많지는 않다. 처음 시작을 천안역 앞 1번 출구에서 시작했다면 7번 출구를 지나 10번 출구로, 10번 출구에서 시작했다면 7번 출구를 지나 1번 출구 방향으로 가면 된다.

지하도상가 특성상 궂은 날씨에도 상관없이 편안하게 걸으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눈이 내려도, 비가 와도,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그곳은 평온하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가게부터 수제화, 가방, 액세서리 등 쇼핑할 곳도 많고, 분식점이나 음식점, 오락시설, 공방 등 각양각색의 즐길거리가 갖춰져있다.

스탬프투어

짧은 코스라 매장만 조금 훑어보면 끝이겠지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곳곳에 숨은 볼거리도 넘쳐난다. 시즌마다 달라지는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화사한 포토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트릭아트도 곳곳에 숨어있어 멋진 그림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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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편견을 깨고 환하고 깨끗하게 정비된 지하도상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온전히 활용되지는 못하지만,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 공간과 작은 무대도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주변 버스 정류장의 버스 도착 정보를 미리 알 수도 있어서 추운 겨울, 따듯하게 몸을 녹이며 쾌적하게 쇼핑을 즐기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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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명동상가

앞의 두 구역보다 조금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명동상가다. 얼마 전 ‘천안 세계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기도 했던 걷기 좋은 <명동 공영주차장> 앞에서 시작해 <순수치킨>, <흥흥발전소> 등을 거쳐 <천안시 도시창조 두드림센터>까지 이어지는 약 600m의 코스다.

이 코스 안엔 겨울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작은 공원도 있고, 예쁜 옷들만 선별해놓은 구제샵, 친구나 가족이 함께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영화관, 식당, 볼링장도 있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해 잠시나마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베트남 음식점과 베트남 미술품 및 액세서리점도 만날 수 있다.

스탬프투어

그중에서도 여러 청년창업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천안 청년몰 <흥흥발전소>가 눈길을 끈다. 지하부터 지상 4층에 이르기까지 쇼핑 공간과 체험 공간이 알차게 조성되어 있다. 1층에는 부담 없는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아담한 카페와 작은 식당들이 모여 있어서 스탬프 투어를 하다 잠시 허기진 배를 달래기도 좋다. 사실 4층까지 모두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스탬프투어
스탬프투어

또 다른 재미도 있다. 한때 예술거리로의 거듭났던 명동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조형작품과 벽화, 거리 미술 작품들을 찾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색이 바래고 상처가 난 작품들이 많지만 하나하나 찾아보며 예전의 모습을 회상하고 사진으로 남겨보는 일도 의미 있지 않을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탬프 투어

이번 천안 명지길 스탬프 투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운 도전이다. 2022년 6월까지 진행 예정이며, 충남 체육회에서 개발한 건강 챌린지 애플리케이션인 ‘걷쥬’를 통해 참가 신청만 하면 바로 참여할 수 있다. 매월 미션을 완료한 사람들 중 70명씩을 추첨해 상품이나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데 17개의 스탬프를 모두 획득하기만 하면 미션이 완료되며 이벤트에 자동으로 참여된다.

날씨가 추워서였을까? 몇몇 곳은 설치된 비콘이 바로 인식되지 않아 주변을 서성이다 나중에 다시 찾아가기도 했지만, 17개의 스탬프를 모두 모으기까지 대략 2시간 남짓 걸렸던 것 같다.

투어 가이드에 나오는 대로 걸으며 빠르게 스탬프만 모았다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을 짧은 거리지만 주변에 어떤 풍경이 있는지, 어떤 매장이 있는지, 어떤 시설물들이 있는지 궁금해져서 나도 모르게 곳곳을 탐색하게 됐기 때문이다.

산이나 일반적인 둘레길처럼 풍경을 보며 걷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환경을 걸으며 나를 돌아보고,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천안 원도심의 모습을 돌아보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코스를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매번 다른 천안 원도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좋다.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 그만의 매력이 있으니 어떤 시간대에 걸어도 좋다.

모든 것들이 랜선으로 진행되고 온라인이 더 익숙해지는 요즘이라지만, 가끔은 집 밖을 나가 동네를 거닐며 건강도 챙기고 색다른 풍경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을 운동 부족에서 구원해 줄 재미있고 신선한 즐길거리가 천안에는 무궁무진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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