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흥하고 함께여서
흥겨운 천안청년몰,
흥흥발전소

98번째 이야기 / 2022.05.23

‘처음’은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려운 순간이다. 특히 사회라는 치열한 인생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은 부족한 경험과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불안감이 앞서기 마련인데, 이런 청년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그들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천안시 역시 미래 성장 동력인 청년의 역량과 자립심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중 하나로 대흥동에 자리한 청년몰 <흥흥발전소>를 꼽을 수 있다. ‘흥하고 흥겨운 흥흥발전소’라는 슬로건 아래 여러 청년들이 모여 함께 꿈을 펼쳐나가는 곳. 그들의 앞날만큼이나 맑았던 어느 날, 그곳을 찾았다.

흥흥발전소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천안의 청년몰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동시에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6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만 찾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전통시장에 청년들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청년 일자리 창출도 도모하고 젊은 세대들의 유입도 늘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전국에 약 38곳의 청년몰이 생겨났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아쉽게도 그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속적인 관리도 부족하고, 장소 제공 외에 별다른 지원이나 홍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온전히 자생력을 기르지 못한 상태에서 지원이 중단되며 매장 운영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예상보다 적은 방문객과 매출 부진으로 투잡을 병행하여 매장을 비워두는 곳도 많다. 그리고 그런 청년몰은 자연스레 폐장을 고려하거나 텅 빈 건물로 남게 된다.

반면 천안청년몰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높은 생존율을 보여주며 성공적인 청년몰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전국에서 이곳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와 조언을 구할 정도다. 과연 천안청년몰 <흥흥발전소>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현재 청년몰 자치회장으로 역임 중인 <모두소품집> 전수정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흥흥발전소
흥흥발전소

2017년 10월, 천안시에서 지원하는 청년몰 <흥흥발전소>가 대흥로 상점가에 문을 열었다. 한때 ‘천안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곳이었지만, 시청이 옮겨가고 천안아산역이 생기며 급격하게 쇠퇴기를 맞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한산한 그곳에 젊은 청년들이 선보이는 쇼핑과 문화, 체험공방을 융합한 복합문화 공간시설을 마련했고,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대흥로 상점가를 찾는 이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흥흥발전소>의 청년 대표님들은 이곳의 성공 비결을 천안시와의 긴밀한 소통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천안청년몰은 천안시 도시재생과에서 시설부터 청년 대표들 관리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는데, 매장을 운영하며 어려움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을 청년 상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마케팅, 컨설팅, 조직화 지원 등의 교육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제 <흥흥발전소>와 2년 조금 넘게 함께하고 있다는 전수정 청년몰 자치회장님은 이런 적극적인 시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보통 시 담당자님과는 자주 연락하며 지내기도 힘들고 요청을 드리기도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담당 주무관님께서 먼저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 자상하게 챙겨주셔서 편하게 의논 드릴 수 있어요. 저희도 힘든 일이 있거나 요청드릴 것이 있으면 귀찮으실 정도로 연락드리며 떼를 쓰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고, 저희보다 더 열정이 넘치셔서 큰 힘이 돼요.”

서로 돕는 법을 배우는 곳

다른 청년몰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다. “저희는 다른 곳과 다르게 대표님들끼리 전부 친하고 분위기도 좋아요. 현재 17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매월 모두 모여서 정기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요. 그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해결해야 할 때도 다 같이 모여 논의하고 일을 진행하죠. 각기 다른 사업을 개별적으로 하고 있지만 협동해서 함께 성장하는 곳이에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고, 새로운 매장이 입점하면 먼저 다가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흥흥발전소>에 입점한 매장의 상당수는 장기 입주 중이다. 개소 때부터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4곳에 이르며, 작년에는 디저트 카페 한 곳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창업 인큐베이팅에 성공하면서 불당동 신시가지로 이전해 확장 개업하는 성과도 거뒀다. 전국 청년몰의 줄폐업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천안시 청년센터 대흥 이음>으로 이름이 바뀔 지하 1층 <천안시2030청년복지센터>와의 협업 역시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청년복지센터와 청년몰이 함께 있는 곳은 아마 저희가 유일할 거예요. 복지센터에서는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기개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는데요. 강사가 필요할 때 우리 청년몰 대표님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해 진행해 주시기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보다 많은 경험도 쌓을 수 있고, 가게 홍보도 되고요. 저희도 그만큼 센터 일이라면 더 열심히, 성심성의껏 참여하다 보니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죠. 함께이기에 같이 성장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흥흥발전소
흥흥발전소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에 이르기까지 업종별로 겹치지 않게 다양한 유형의 즐길거리가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젊은 감성으로 아기자기하게 공간이 잘 꾸며져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층별로 입점 매장을 살펴보자면, 먼저 1층에 들어서자마자 달달한 쿠키 냄새와 고소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하는 카페 <쿠키봉봉>이 맞이한다. 그리고 그 뒤로 모든 연령대의 입맛을 사로잡은 <꼬다리 꼬마김밥>과 <청년중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맛으로는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지하 1층엔 전소정 회장님이 운영하는 썬캐처 공방 <모두소품집>과 자체 제작한 여성 의류를 선보이는 <짙은 플러스>, 펄을 넣은 액자와 실크스크린을 접할 수 있는 <플라워 포토>가 있다. 맞은편엔 <천안시2030청년복지센터>가 청년들의 고민과 함께 하고 있으며, 가운데 공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마련해뒀다. 가끔 청년센터 기자단 발대식이나 교육, 간담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찾아와 잠시 휴식도 취하고 청년몰의 다양한 매장도 둘러보면 좋겠다.

2층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맛있는 음료도 맛보고 귀여운 양모니들펠트도 체험할 수 있는 <앙두>와 편하고 예쁜 생활한복을 선보이는 <도깨비매>,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근사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봉구아트>가 모여 있어 다양한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관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흥흥발전소

3층은 타로 상담을 받거나 교육을 받을 수도 있는 <위치 앤 매직샵>과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향수 공방 <브라운 BROWN>, 아기자기한 소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달빛공작소>, 샐러드나 컵과일, 클렌저 주스 등 신선편의식품을 판매하는 <주브 JUVE>가 있다.

마지막으로 4층은 넓은 공간을 활용한 TRPG 테마 서점 <오늘안녕>과 K-뷰티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하는 <빠남>, 매력적인 전통회화와 다양한 전통문화상품을 접할 수 있는 <창작공방 호작>이 자리한다.

층마다, 매장마다 색다른 매력과 볼거리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보게 되는데, 공방이 많고 원데이클래스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도 많아 마음에 드는 분야는 직접 참여해 볼 수도 있다.

흥흥발전소

머무는 곳이 아닌, 다 같이 잘 되어서 나가는 곳으로

이처럼 <흥흥발전소>는 만 39세 이하 청년상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무작정 혼자 창업을 했다가는 자칫 실패와 좌절을 맛볼 수 있기에 먼저 안정적으로 경험을 쌓으며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수정 회장님은 <흥흥발전소>를 모두 다 같이 나가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청년몰의 취지는 혼자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즉 이곳에 안정적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잘 되어서 더 큰 곳으로 나가야 하는 거죠. 전 그래서 우리 대표님들이 오히려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 같이 잘 되어서 다 같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많은 점포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잘나가는 가게를 시기 질투하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요. 잘되는 분은 노하우를 공유해 주고, 잘 안되거나 어려운 일, 고민 등이 있을 땐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서 모두가 잘되는 청년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가 자리를 잡아 나가야 또 다른 후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거고요. 천안시도 그런 것을 바라며 이곳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천안시는 2022년을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의 원년으로 삼고, ‘청년이 활동(Active)하고, 공감(Say)하며 청년의 꿈(Dream)이 이루어지는 천안‘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총 4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년의 교육·일자리, 문화·여가, 주거·복지, 참여·소통 4개 분야의 65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의 아픔을 알고 전폭적인 지지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천안시, 그리고 이를 통해 힘을 얻고 더욱 열심히 자신들의 능력을 키워가는 청년들. 이들의 노력으로 명동거리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천안 원도심의 밝은 미래를 위해 흥하고 흥겨운 <흥흥발전소>는 오늘도 열심히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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