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건강을 모두 잡은
착한 반찬가게,
아가다 손맛

94번째 이야기 / 2022.05.10

해가 몇 번이 바뀌어도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다. 그중 하나로 ‘집콕(집에서 콕 박혀 지내는 생활)’을 들 수 있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부분의 일을 집에서 해결하게 된 것이다.

식사 역시 외식보다 배달 서비스나 밀키트 등을 이용해 집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반찬가게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극적이면서 쉽게 질리는 배달음식 대신 좋아하는 밑반찬 몇 가지만으로도 손쉽게 건강하고 훌륭한 집밥 느낌을 낼 수 있어서다.

이런 인기를 보여주듯 천안역 지하도상가에도 얼마 전 식당과 반찬가게를 겸하고 있는 <아가다 손맛>이 문을 열었다. 유일한 반찬가게로 오픈과 동시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그곳에서 이정식 대표님을 만났다.

아가다

처음부터 함께한 지하도상가

천안역 동부광장에서 지하도상가로 내려가면 초입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식당가가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 <아가다 손맛>이 있다. 꽃을 좋아하는 대표님이 직접 기르는 예쁜 화분들이 매장 앞을 화사하게 수놓고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아가다 손맛> 이정식 대표님은 천안역 지하도상가 안쪽 남성복 전문점 <레드피아>의 대표님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의류 매장이었지만 지역 상권의 쇠퇴와 코로나 여파로 힘들어지면서 새로운 일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는 데다 옷은 인터넷에서 훨씬 저렴하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 장사가 힘들었죠. 개시도 못하는 날이 허다해지면서 속을 끓이다 자신 있는 요리 쪽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옷가게는 이제 차차 정리할까 합니다.”

갑자기 옷가게에서 반찬과 한식·분식을 겸하는 식당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제가 이 지하도상가에 88년에 들어왔어요. 초창기 멤버인 셈이죠. 처음엔 식당으로 시작해서 한 6~7년 운영을 하다가 남성복 전문점을 하게 된 거예요. 그땐 옷이 정말 잘 팔렸거든요.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느낌이네요.”

독실한 천주교인인 이정식 대표님은 본인의 세례명인 ‘아가다’를 넣어 가게 이름을 지었고, 그렇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아가다
아가다

직접 기른 농산물로 만드는 건강한 한끼

워낙 손맛 좋기로 유명한 그녀였기에 오픈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됐지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매일 방문하는 단골도 생겼으며, 천안 시내에서 ‘가장 싸고 맛있는 반찬가게’로 소문이 자자하다.

실제로 일반적인 반찬가게와 달리 푸짐해 보이는 반찬이 두 팩에 5천원 밖에 되지 않았고, 꾹꾹 눌러 담아 양이 제법 많은 김치도 한 팩에 5천원이다. 정갈하게 담긴 색색의 반찬은 한눈에 보기에도 신선해 보이는 것은 물론 당장이라도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반찬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재료가 되는 대부분의 농산물을 직접 기르기 때문이다. “신랑이 농사를 짓고 있어요. 몸이 안 좋아지면서 취미로 농사를 시작했었는데 의외로 그게 적성에 잘 맞는 모양이더라고요. 벌써 6년째 하고 있어서 고추, 양파, 마늘 등 각종 채소는 다 길러요. 그런데 정성을 다해 기른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경매장에 가져갔더니 터무니없이 헐값인 거예요. 우리가 농산물을 사 먹을 땐 그리도 비싼데.... 너무 속상해서 제가 요리로 만들어 팔 테니 차라리 식재료로 대달라고 했죠. 덕분에 훨씬 신선하면서도 저렴하게 손님들께 대접해 드릴 수 있게 됐어요. 그만큼 가격도 더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고요.”

최근에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늘어나면서 반찬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마른 반찬과 김치 종류가 제일 잘나가요. 요즘은 핵가족 시대라 반찬을 만들어 놓고 먹기가 쉽지 않잖아요. 다들 워낙 바빠서 시간도 없고요. 그런데 여기서는 만 원이면 네 가지 종류의 반찬을 고루 먹을 수 있으니 한 번 사서 일주일 정도는 거뜬하다며 많이 사 가세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며 계속해서 반찬을 사러 오시는 고객들을 보면 힘도 나고, 더 맛있게 해드려야겠다 생각이 들어요. 천안 시내에서 가장 싸고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럴 땐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하고 행복해요.”

아가다
아가다

반찬 못지않게 한식과 분식을 같이 하는 식당의 인기도 뜨겁다. 김치찌개, 오징어찌개, 된장찌개 등의 찌개류부터 볶음류와 국수, 라면 등 분식 메뉴까지 두루 갖췄다.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다 자신 있다는 이정식 대표님은 집에서 먹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배워서 하는 요리는 몇 대 몇, 몇 숟가락 등 비율이나 양이 정해져 있잖아요. 전 그런 건 몰라요. 그때그때 재료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양도 달라질 수 있죠. 그래도 정성을 담아 집에서 먹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고향집 엄마 손맛이 떠오르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대표님의 요리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주변 이웃 상인들도 조미료 없이 어떻게 이런 깊은 맛과 감칠맛이 나는지 신기해할 정도다.

그동안 날씨가 덥지 않았기에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김치찌개, 오징어찌개, 제육볶음 등이었지만, 다가오는 여름엔 계절 메뉴인 콩국수, 묵밥, 열무국수와 열무냉면 등이 주력으로 나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특히 콩국수를 추천하고 싶어요. 직접 농사지은 100% 국산콩을 사용하기에 더욱 고소하고 맛있거든요. 식당을 하기 전부터 콩물을 조금씩 만들어 팔았었는데,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늘 품절이었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을 통해 검증을 끝낸 셈이다. 이야기만 들어도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간다.

아가다

“손님만 있으면 즐거워요”

혼자서 식당 일부터 반찬가게 일까지 담당하기에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시 이 일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기만 한 대표님은 손님이 더 많아지면 바랄 것이 없겠다고 한다. “일이 힘들게 느껴진 적은 없어요. 무엇이든 다 자신이 있고요. 그리고 여기 지하도상가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과는 가족보다도 친한 사이라 제가 바쁘거나 일손이 부족하면 다들 와서 도와줘요. 서빙이나 설거지도 해주고, 반찬 만들 때 재료를 썰어주기도 하고요. 너무 좋은 이웃들이죠. 요즘은 며느리가 바쁜 점심시간에 나와서 일을 도와주고 있어서 훨씬 수월해요.

오히려 그에 비해 손님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커요. 양념부터 요리까지 모든 식재료의 70% 이상을 직접 밭에서 조달하기에 믿고 드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저도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맛있게 만들어 대접해 드리며 많은 단골을 만들고 싶네요. 사실 이런 곳까지 찾아오시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주시는 손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고요. 늘 최선을 다해 맛있게 해드릴 테니 많이 오세요!”

또 이정식 대표님은 주변에 다른 반찬가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반찬가게는 원래 많아야 더 잘 돼요. 그래야 이 집, 저 집 비교도 할 수 있고, ‘지하상가에 가면 반찬가게가 많더라’라고 소문이 나야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거든요. 지금은 저 하나라 많이 부족하죠. 다른 반찬가게들이 많이 들어와서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아가다

이정식 대표님은 늘 웃는 얼굴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며 손님들에겐 친절하자는 것이 생활신조라는 그녀는 늘 활기가 넘치고 밝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에요. 그러니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최고죠. 그게 내 건강은 물론 가족 건강에도 좋고요. 비록 지하상가도 지금은 이렇게 죽다시피 했지만, 이 주변에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있고 역사와도 이어지게 만든다고 하니 희망이 있어요.” 또한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며 처음부터 함께 해온 지하도상가가 하루빨리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아가다 손맛>은 아침 8시 30분부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재료로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자 새벽에 남편의 농장에 방문해 직접 채소를 따오기도 한다는 대표님은 지금의 일상이 너무 즐겁고 좋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과 반찬이 궁금하다면 천안역 지하도상가 8호를 방문해 보자. 그곳의 문은 지하도상가의 정기 휴일인 첫째, 셋째 주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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