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옷으로 꿈을 이루는
여성의류 전문점
몽(by 夢)

93번째 이야기 / 2022.05.03

계절의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나 패션, 뷰티 업계다. 매장 쇼윈도에 진열된 옷이나 액세서리들을 보면 어떤 계절이 오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유행을 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각 매장에 따라 어떻게 상품을 매치하고 진열했는지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천안역 지하도상가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의류매장이 있다. 워낙 화사하고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는 이유도 있지만, 평소 옷을 입을 때 참고하고 싶을 정도로 근사하게 매치된 스타일이 많기 때문이다.

바로 천안역 지하도상가 264호에서 만날 수 있는 <몽> 이야기다. 많은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 이곳의 스타일은 15년 넘게 그곳을 이끌어 온 나진아 대표님의 남다른 패션 감각에서 나오는데, 잠시 그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몽

<夢>과 함께 새로 찾은 꿈

<몽>은 원래 나진아 대표님의 남편이 시작한 가게였다. 가게 이름도 남편이 지었다. 꿈을 이루자는 의미로 꿈 몽(夢) 자를 썼다고 한다. 처음엔 직원을 두고 일해야 할 정도로 잘 되던 곳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가게를 접을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 당시 나진아 대표님은 뷰티·미용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몽>을 정리하기 전 딱 세 달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가게를 맡았고, 신기하게도 대표님이 일한 첫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옷을 팔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꾸준하게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남편과 직원까지 셋이 일해도 부족할 정도로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세 달만 해보려던 가게가 어느덧 15년이 됐다. 막상 장사를 시작해 보니 재미도 있었고, 예쁜 옷을 가져다 가게를 꾸미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선보인 옷들이 고객들의 칭찬을 들을 때, 그곳의 옷을 자주 입고 다니는 고객들을 볼 때면 한없이 뿌듯했다. 남편에 이어 대표님 역시 예쁜 옷과 함께 하는 새로운 꿈을 찾은 것이다.

옷의 세계에 뛰어들고 한 5년 정도는 바빠도 매일매일이 재미있고 장사할 맛이 났다. 옷가게 덕분에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서부역이 생기면서 북적이던 지하도상가를 비롯한 원도심 일대가 점차 그 빛을 잃어갔다. 차차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신도심 개발로 계속해서 상권이 옮겨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여기에 코로나까지 덮쳤다.

‘이제 정말 그만둬야 하나?’, ‘다시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막막해졌다. 점점 몸도 마음도 아프기 시작하면서 계속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 다른 직장에 들어가 스트레스 받으며 근무하는 것도 힘들고, 직장보다 짧은 근무시간에 비해 수입도 있는 편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게 됐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주변에 서로 의지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었다. 출근 후 이웃 대표님들과 티타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 시간이 많은 위로가 됐다. 그리고 그곳이 나만의 아지트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함께 어울리는 대표님들이 저보다 언니들이신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큰 힘을 얻었어요. 덕분에 조바심도 없어지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장사를 하는 곳이라는 생각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내 공간, 내 아지트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공간에서 나만의 벌이를 하고 있으니 큰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몽

고객에 울고 고객에 웃고

대표님을 힘들게 한 일은 또 있었다. 장사 수단이 없어 생긴 일인 것 같다는 그녀는 이제 그 일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며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장사를 하다 보면 오랜 단골들에게는 외상을 드리게 되잖아요. 더구나 장사가 잘 안되다 보니 ‘지금 가진 돈이 없다, 다음에 올 때 주겠다.’ 하는 분들을 그냥 보내드리기가 힘들죠. 그렇게 외상을 드리면 나중에 약속을 지키시는 분들도 많지만 점차 연락을 끊으시는 분도 계세요. 전 무슨 일이든지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재촉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계속 기다리고는 있지만 벌써 1~2년 넘게 연락 두절이신 분들도 있어요. 그 금액이 몇 십만 원부터 몇 백만 원에까지 이르기에 못 받은 외상값을 합치면 8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이런 일이 생기면 혼자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스타일이라 이제는 생각을 잘 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친해서 외상을 드린 것이 돈도 사람도 멀어지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그게 너무 힘들어요. 이제는 그냥 그분들이 다른 곳에 가서 똑같은 일을 하시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저처럼 피해를 당하지 말아야죠.”

물론 힘든 일보다 뿌듯한 일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힘을 내려고 한다는 나진아 대표님은 가장 뿌듯할 때를 떠올리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희 집 옷을 입어보시고는 만족스러워하시면서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정말 뿌듯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오래 입어도 다른 옷보다 자꾸만 손이 가고 편해서 자주 입게 된다며, 백화점이나 터미널 옷보다도 <몽> 옷이 제일이라는 손님들의 칭찬을 들으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죠. 이 일을 하기 정말 잘했다 싶고 너무나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그런 분들 덕분에 제가 계속 힘을 내서 가게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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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입어도 좋을 무난하고 예쁜 스타일

기자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손님들의 방문이 이어졌는데, 이렇게 사람들을 이끄는 <몽>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대표님은 모든 옷을 서울에 올라가 직접 골라온다고 한다. 너무 튀지 않고 난해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평범하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우선으로 선택한다고. 그래서인지 <몽>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언제 입어도 잘 어울릴 옷들이 많아 거부감도 없다.

물건의 종류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30만 원어치 옷을 판 날은 50만 원어치 옷을 들여오고, 50만 원어치 옷을 판 날은 70만 원어치 옷을 들여오는 손큰 대표님의 장사 노하우랄까. 지금은 하루에 팔리는 양이 적어 한 번에 많은 양을 떼지 못하지만 장사가 안될수록 옷을 사는 것은 여전하다. 제일 재미있을 때가 잔뜩 옷을 쌓아두고 하나씩 예쁘게 디피할 때라며, 코로나로 마음을 많이 억누르게 된 것이 한없이 안타깝다는 그녀였다.

몽

이렇게 물건이 많으면 재고는 어떻게 관리하나 걱정부터 앞서는데, 놀랍게도 <몽>엔 그런 걱정이 없다. “신기하게 15년 동안 크게 재고라는 것이 없었어요. 장사의 가장 큰 고민이 재고라는데, 저는 정말 감사하죠. 사실 재고가 남아있는 것이 내 눈에 안 보이면 스트레스라도 덜 받겠지 싶어서 일정 기간 안 팔리는 물건은 원가보다도 훨씬 싸게 파격 세일을 해서 내놓거든요. 그렇게 안 팔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했더니 어느 순간 재고가 훅 빠지더라고요. 그만큼 새로운 물건으로 채워 보답할 수 있으니 또 좋고요.”

이렇게 서울까지 나가지 않아도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개성 있는 예쁜 옷들을 쏙쏙 골라 가져다주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몽>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손님들과 항상 편안한 이웃, 동생, 언니처럼 지내고 싶다는 나진아 대표님은 꼭 옷을 사러 오지 않아도 차 한 잔에 이야기만 나누고 가셔도 좋다며 부담 없이 <몽>을 찾아주실 것을 권하셨다.

많은 분들이 예쁜 옷을 더 예쁘게 입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며 지금처럼 큰 욕심 없이 가게를 운영해나가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는 그녀의 말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서 더 멋진 스타일을 제시해 줄 <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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