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추억을 파는
길목 마늘통닭

66번째 이야기 / 2021.06.04

어릴 적 최고의 메뉴는 치킨이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퇴근하시는 아빠의 손에는 늘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치킨이 들려 있었고, 그날은 온 식구가 번들거리는 입으로 늦은 밤까지 웃음꽃을 피웠다.

그런 행복한 기억 때문일까, 이미 한참 성인이 된 지금도 길을 걷다 치킨 냄새가 나면 그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민에 빠진다. ‘오늘 저녁은 치킨을 먹을까?’

천안의 중심 문성동(문화동)에도 여러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치킨집이 있다, 겉으로는 작고 허름해 보여도, 자꾸만 생각나는 매력적인 치킨 맛을 선보이는 ‘길목 마늘통닭’. 많은 이들의 퇴근길을 고민하게 만들었을 그곳의 대표님을 만나 치킨처럼 바삭하고 맛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인연으로 시작된 운명적 만남

길목 마늘통닭은 무려 40년의 역사를 지닌 맛집이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천안의 번화가였던 시절부터 소문난 곳으로, 지금의 사공후자 대표님이 그 맛을 이어온 지는 13년이 됐다.

“전 원래 부산에서 살다가 이곳 천안에 와서 한 8년 정도 포장마차를 운영했어요. 그 당시 길목 마늘통닭집 사장님께서 퇴근길에 저희 포장마차에 자주 찾아오셔서 커피도 드시고 이야기도 나누며 친하게 지냈었는데, 하루는 치킨집을 그만 두실 생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죠. 사실 이 치킨집을 눈여겨보는 분들이 많아서 거의 6명이 경쟁을 했는데 그 사장님이 저를 잘 보셨는지 저에게 넘겨주셨어요. 어찌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13년 전 일인데도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셨는지 눈시울이 촉촉해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운이 정말 좋았죠. 그렇게 지금까지 13년을 정말 재미있게 장사하고 있고, 제 나름대로 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를 믿고 가게를 넘겨주신 사장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주말이나 명절에도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처음 몇 년 동안은 365일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했어요.”

길목마늘통닭

고객을 향한 정성이 인기 비결

사실 사공후자 대표님과 잠시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왜 길목 마늘통닭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꽤나 오래 일을 이어오셨음에도 일에 대한 열정은 물론 손님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치킨집이 생겼다 사라지고, 다양한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열띤 경쟁이 펼쳐지는 속에서 40년 넘도록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문 연 당시와 똑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반기는 곳이다.

사공후자 대표님은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저희 집이 가게 이름처럼 마늘 통닭으로 유명한데요. 다른 곳과 달리 제가 직접 마늘을 사서 갈고 저희만의 비법 소스로 숙성시켜 만들어요. 덕분에 마늘 통닭으로는 전국 3대라는 타이틀도 얻었죠. 브랜드가 아니어도 살아남는 이유가 있겠죠?”

길목마늘통닭 길목마늘통닭

언제나 최상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기름. 항상 가장 비싼 해표 식용유를 고집하던 이전 대표님께 그대로 배운 덕이다. 한때 다른 기름으로 바꿔보려고도 했으나, 다른 기름은 거품만 생길 뿐 닭이 제대로 튀겨지지도 않았다고.

물론 기름만 최고 좋은 것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싼 가격에 사서 쓸 수 있는 반찬 하나에도 대표님은 온전히 정성을 쏟는다. 아무리 양배추 값이 올라도 손님을 위한 양배추 샐러드는 항상 준비해두고, 부족함 없이 내어드린다.

치킨무도 재료 선정부터 손질까지 손수 해서 담근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임에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이런 변함없는 정성이 바로 길목 마늘통닭의 인기 비결이다.

길목마늘통닭

서로 도우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할 때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는 치킨집도 코로나19의 여파는 피해 가지 못했다.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이 고정적으로 있는데, 수입은 절반 정도로 줄었고, 오픈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 들어오던 손님들도 점점 사라졌다. 다행히 지난 4월부터는 다시 조금씩 정상 패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모두가 힘든 시기인데 다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걱정부터 하신다.

“코로나 때문에 저만 힘든 게 아니잖아요. 돈이 돌고 돌아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까....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장사를 하려면 두루두루 어울리며 서로 도와야죠. 떠돌이는 있어도 독불장군은 없다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도울 수 있는 것을 돕다 보면 모두가 잘 되지 않을까요?

손님들께도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대접해드리니 단골이 늘더라고요. 저희 집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또 치킨을 드시면 신물이 올라온다는 몇몇 분들이 저희 치킨은 괜찮아서 늘 여기만 찾는다고 말씀해 주셔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솟죠.”

길목마늘통닭

치킨은 반반이 진리

길목 마늘통닭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후라이 반 양념 반’. 본래 짭조름한 양념치킨을 먹다 보면 고소하고 바삭한 프라이드가 생각나고, 다소 심심한 프라이드를 먹다 보면 자극적인 양념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사람 입맛은 다 똑같은가 보다.

튀기면 뭐든 맛있다지만 갓 튀겨낸 치킨을 바로 먹는 것에 비교할 수 있을까? 고소하고 향긋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코로 한 번, 바삭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비주얼에 눈으로 한 번, 호호 불며 한입 베어 물 때 나는 ‘바삭’ 소리에 귀로 또 한 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치킨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주는 찰떡궁합 양배추 샐러드와 치킨무까지 더해지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첫 손님을 맞이할 때의 마음으로 맛과 정성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사공후자 대표님은 끝으로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매장이 가장 안타깝다고 하셨다.

40년 이상 되어 낙후된 건물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까지, 본인의 건물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할 수도 없어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께 항상 죄송한 마음이라고. 이런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앞으로도 길목 마늘통닭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을까.

국민 간식이자 우리의 영혼까지 달래주는 소울 푸드, 치킨. 오늘 저녁 정성이 가득한 맛있는 치킨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퇴근길에 길목 마늘통닭의 문을 두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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