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꿈을
노래하는
중고 악기사

57번째 이야기 / 2021.05.27

두드림 센터 바로 옆에는 중고 악기사가 있다. 누군가의 세월과 노력이 밴 중고 악기를 판매하는 그 곳은 박요섭 대표님의 녹음실이자 공연장이 딸린 커뮤니티 공간이다.

박요섭 대표님은 노래가 좋아서 기타연주를 배웠고, 노래 반주를 하려고 피아노를 독학했다. 그리고 지금은 밴드 보컬로 음악을 계속하면서 처음 기타를 배웠던 천안 명동 거리에 ‘중고 악기사’를 열었다.

30년 전 <천안극장> 옆의 세고비아 기타학원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악기를 배우고,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 년에 여러 차례 공연도 한다.

청년의 열정으로 시작한 천안 명동 생활

천안시 도시창조두드림센터 옆에 자리 잡은 악기사는 요즘 어수선하다.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이 많지 않아 미뤄뒀던 매장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 박요섭 대표님은 “청소하고 나서 오면 더 좋은데….”라며 트레이닝 차림이라 어쩌냐며 부끄러워하면서도 금방 내린 커피에 얼음까지 띄워서 내주었다.

악기사

박요섭 대표님은 20대에 처음 천안 명동에 들어왔다. 노래가 좋았고, 반주를 배우려고 세고비아 기타학원에 다녔다. 하루에 12시간이상 학원에서 연습만 하다 보니 6개월 코스를 2개월 반 만에 다 배웠다. 밤에는 거의 매일 원장님과 회식을 했다. 통닭에 소주를 시켜 밤 새워가며 노래하고 놀았었다. 그 후 7년간 천안의 라이브 카페에서 가수로 노래했다. 당시 유명 가수였던 변진섭, 신승훈의 노래를 많이 했었다. 꿈과 열정을 먹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가장으로서의 생계를 위해 치킨집을 열었다. 장사는 번창하여 지금도 평택에 치킨집이 있고 천안명동에는 녹음실과 공연장이 있었다.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치킨 50마리 주문이 들어오는 것보다 노래하고 연주하는 순간이 더 좋았다.

현재의 악기사 건물 지하에는 박요섭 대표님과 함께하는 직장인 밴드 ‘WD40’의 연습장이자 공연장이 있다. 젊은 날의 열정을 간직한 채, 7년째 공연만 하다가 지난 2019년말, 1층 매장을 악기사로 꾸몄다.

악기사

예전에는 악기를 다룬다는 것이 고급 취미에 속했는데, 요즘은 악기를 한,두개씩 가지고 있는 애호가들도 많고 새것으로 자주 바꾸다보니 중고 악기도 꽤 많이 나온다. 종고 매물은 기타와 전자올겐이 가장 많고 드럼, 엠프, 70년대 영창피아노, 우쿨렐레까지 실용음악에 관련된 장비는 다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라 필요한 악기가 있다면 직접 상담해서 조정하는 것이 좋다.

악기사

30년을 천안에서 밴드리더이자 가수로 일하다보니 인맥이 넓어져서 그런지 악기를 팔아달라는 요청이 유난히 많다. 몇 달 전에는 오래된 독일제 아코디언을 가져와 팔아달라고 맡긴 고객도 있었다. 기타나 전자올겐 등은 일반적인 가격이 있지만, 저런 앤틱 악기들은 가격을 정해 팔기가 무척 힘들다. 하지만 다양성을 위해 전시해두고 손님들에게 구경을 시켜주시곤 한다.

WD40 (We did at age 40)


노래를 좋아하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 ‘wd40’은 연주 외에도 캠핑이나 낚시와 같은 취미생활도 공유를 한다. 밴드의 특이한 이름은 즉흥적으로 지어졌다. “밴드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손에 WD40(윤활방청제)을 들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WD40이라고 했죠. 의미는 나중에 갖다 붙였어요. We did at age of 40! 우리는 40대에 해냈다는 뜻으로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모이기가 힘들다보니 각자 연습하고 각자 연주한 것을 합쳐서 온라인공연도 한다. 개별적으로 연주한 각자의 곡이 합쳐져서 고퀄리티의 연주곡이 탄생되었다. 운영 중인 카페에 가입한다면 누구나 공연을 들을 수 있다.

박요섭 대표님의 악기사를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악기를 배우고 노래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숨겨진 끼와 열정을 깨우면 피우던 담배도 끊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애연가였던 밴드의 멤버도 음악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끊은 사람도 있다.

악기사

“가수의 꿈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젊은이들도 있고 나이 드신 분들도 배우러 옵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은 나이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악기사 지하에는 연습실, 녹음실을 다 갖추고 있어서 실용음악에 관해서는 어떤 것이든 배울 수 있다. 레슨비는 월 4회 15만원이다.

앞으로 계획은...


“계속 노래하는 것! 그리고 악기를 팔아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는 현실적인 소망이였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노래하고 즐기며 평생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는 박요섭 대표님이셨다.

낭만의 거리 명동에 음악이 넘치고 흥이 넘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박요섭 대표님의 악기사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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