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처럼 기분 좋아지는
평생 옷장
요술장화

150번째 이야기 / 2024.2.28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의 빨간 구두는 신비한 모험의 세계인 에메랄드 시티로 데려다주었고,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사랑하는 왕자님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이렇게 좋은 신발이 좋은 곳을 데려다주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예쁘고 편한 옷을 통해 행복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운영 중인 곳이 있다.

천안 원도심 대흥동의 지하상가에서 23년간 시간의 물결을 거스르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의류매장 <요술장화>다. 유아동부터 숙녀복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이곳은 요정 대모님처럼 햇살같이 밝고 인자한 서웅경 대표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메르헨의 시작과 변화

서대표는 의상학과를 전공하고 청바지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다가 2001년, 건강 문제로 매장을 운영하지 못하는 지인의 권유로 <요술장화>를 인수받았다. 아동복 분야는 처음이었지만 부모로서의 실전 경험과 특유의 친화력, 눈썰미를 살려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해가 갈수록 고객들의 입소문을 탔고 아동복 매장으로는 전국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천안 상권 중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며 어쩔 수 없는 정체기가 시작되었다. 결정적으로 세월호와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야외활동이 줄어들고 실내활동 위주로 생활습관이 형성되며 경제 불황과 더불어 더욱 어려운 시기를 겪는 중이다.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의식주'를 많이 말씀하시는데요, 과거에는 의류가 제일 앞에 있었다면 요즘은 '식주의' 정도로 이젠 제일 꼬리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의류산업 종사자로서 많이 안타깝지만 시대의 흐름을 어쩔 수 없으니 또 적응하고 방안을 강구해야죠.”

이런 변화에 적극 대처해서 예전에는 개성을 살린 디자인을 발주했다면 요즘은 홈웨어나 트레이닝복 같이 되도록 편하고 무난한 느낌 위주로 선택하고 대상을 확장하여 아동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위한 숙녀복도 함께 취급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쇼핑을 하는 부모들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큰 메리트다.

“23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하다 보니 초등학생이던 고객이 중고등학생이 되고 대학교도 가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어요. 또 평소 본인 옷을 사 입다가 젊은 할머니가 된 어떤 고객님은 손주에게 선물하기 위해 찾아오세요. 이렇게 고객의 역사와 함께 가는 매장이고 싶었어요. 한 사람의 신생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원하면 찾을 수 있는 그런 매장 멋지지 않나요?”

그야말로 동화같은 낭만이 가득한 근사한 목표다.

동화를 현실로 만드는 노력

한 사람의 평생의 옷을 책임지고 싶다는 서대표의 목표는 이유 있는 자부심에서 기인한다. 서대표의 의류 선택 기준은 첫째는 재질이고 둘째는 재봉 상태다. 본인의 기준 이하의 옷은 아무리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절대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은 <요술장화>의 품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귀합니까. 귀한 만큼 부모님들도 소중한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죠. 저도 부모로서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판매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꼼꼼하게 선별하고 있어요.”

서대표는 운영 철칙은 정직과 신뢰다. 수고롭게 찾아온 고객들이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며 명절이나 여름휴가, 지하상가 정기휴일 외에는 쉬는 날 없이 항상 운영하고 있다. 오늘만 하고 끝낼 매장이 아니기에 터무니없는 가격이나 생산지를 속이는 등의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저는 장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제일 재밌어요. 일을 일로 받아들이면 힘들 수 있겠지만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그냥 제가 살아있는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찾아와주시는 한 분 한 분이 그저 감사하고 소중할 뿐이에요.”

고객으로 만나 어느새 언니·동생·친구가 된 단골이 많은 이유도 서대표 특유의 이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에 좋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Happy ever after

서웅경 대표는 보통 사람의 체온이 36.5도라면 본인의 체온은 37도라고 말한다. 그만큼 텐션이 허리 이상부터 시작되는데 그 지치지 않는 동력의 원인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요술장화>를 본인의 소중한 로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로또가 다 수십억을 가져다 주는 건 아니죠. 어느 날은 0원, 어느 날은 5천원, 어느 날은 5만원 이런 날이 더 많을 거예요. 그치만 언젠가 당첨되리라는 기대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것처럼 이 매장을 운영하는 자체가 저에겐 행운이자 행복이고 매일이 기대돼요.”

이런 서대표의 바람은 오로지 하나, 60대·70대까지도 오래오래 이곳에서 <요술장화>의 대표로 있고 싶다는 것이다. 재작년 상가위원회 회장직도 했던 서대표는 좋은 교통과 주차공간을 갖췄으며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에 일자 구조를 지녀 동선도 편리한 지하상가가 충분히 쇼핑몰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5개년 원도심 개발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광고 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서웅경 대표가 23년간 최선을 다해 써 내려온 이야기는 변화와 도전,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는 끈기를 담고 있는 동화와 같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리고 또 아이로 이어지는 생의 순환을 옷으로서 함께 하고 싶다는 그녀의 포부야말로 근사한 마법 아닐까.
동화 속 행복한 결말처럼 서대표가 <요술장화>를 신고 선사하는 마법이 오래오래 많은 이들과 함께 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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