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감각으로
정성가득 삼계반탕을
끓여드립니다.
장모님 삼계반탕

63번째 이야기 / 2021.05.31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다양한 먹거리를 두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 역전시장 입구에 있는 ‘장모님삼계반탕’은 옛날 감성을 불러오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뚝배기에 팔팔 끓어 올라오는 구수한 삼계탕 맛으로 인기가 좋은 가게다.

별도의 전수 없이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를 하나의 작품으로 대성한 ‘장모님삼계반탕’ 한명하 대표를 만나 가게의 역사와 요리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장모님삼계반탕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삼계반탕이 있는 집


가게에 방문하기 전, ‘장모님삼계반탕’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삼계반탕이 있는 집’이라는 소개를 받았다. 도대체 어떤 가게릴래 독특한 인테리어라고 부르는 것일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역전시장에 도착했다. 한지를 붙여만든 듯한 독특한 간판, 그리고 그 아래 쌓여있는 뚝배기를 지나 가게로 들어가자 가게엔 온통 고서가 벽지 대신 붙어있었다.

고서를 직접 한 장 한 장 붙여냈다는 실내. 한쪽에는 책의 표지도 적혀있다. <일성실기(一誠實記)>라는 이름의 이 책은 정씨 가문 효자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라고 한다. 이처럼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택한 배경에는 대표님의 남편 분이 인사동에서 그림 장사를 하는 등 예술에 조예가 깊은 데서 오는 것 같다.

한명하 대표님 또한 그림을 그리다 지금의 남편분을 만났고, 서울 토박이였던 대표님은 사업의 실패와 함께 지금의 천안으로 적을 옮겼다고 한다. 지금에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지금에 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처음 사업 실패 후 천안으로 내려왔을 때는 파출부일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컴퓨터를 당시에 할 줄 알아서 용역 사무실 경리 일을 맡아서 하게 됐죠. 그래서 새벽에는 전단지 돌리고, 낮에는 경리하고, 저녁에는 가게에서 설거지도 하고 새벽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일을 배워서 나중엔 용역 사무실을 차려서 하게 됐어요. 용역 사무실을 한 13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용역 사무실을 하면서 찾아오는 아저씨들을 보니까 밥을 제대로 먹고 오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가지고 식당을 처음 열게 된 거죠. 메뉴는 삼계탕이고요. 그렇게 해서 지금 ‘장모님삼계반탕’으로 이어져왔네요.”

장모님삼계반탕

꼼꼼한 눈썰미와 야무신 손맛이 인기비결

식당일을 처음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5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한명하 대표. 경험없이 시작한 요리가 손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던 이유로 시어머니의 비법을 꼽았다.

장모님삼계반탕

“왜 식당에 가면 대체로 밥이 맛이 없잖아요. 그래서 시어머니가 하는 식으로 찰밥과 쌀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들었어요. 삼계탕을 하면서 닭을 골랐는데, 대개 뚝배기에 넣기 위해 작은 닭을 고르고는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그냥 큰 닭을 골랐어요. 그리고 이걸 반으로 자르고 잘 다듬은 다음에 찰밥도 함께 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육수를 낼 때도 밖에서 헛개나무, 황개 등을 구해서 육수를 잘 끓인 후에 냄비로 가져와서 다시 식히고 끓이고를 반복하죠. 이러한 요소들이 잘 만나서 지금의 대표메뉴 ‘삼계반탕’이 나왔어요. 그리고 저희는 닭을 찍어먹는 소스가 별도로 나오는데, 손님들이 이게 별미라고 하시네요. 소스를 막 밥에 비벼드시는데, 이게 참 맛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장모님삼계반탕

시어머니의 비법을 예로 들었지만, 찬찬히 설명을 듣다 보니 꼼꼼한 눈썰미와 야무진 손맛이 만나서 놀라운 결과물을 이끌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계반탕 말고도 닭으로 만드는 다양한 메뉴를 척척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과거 요리를 배운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배운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부 독학으로 했어요.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죠. 그리고 메뉴가 이렇게 늘어나게 된 데는 손님들의 요구도 커요. 원래는 삼계탕만했는데, 자주 오는 분들이 다른 메뉴도 먹고 싶다고 해서 조금 시도를 해봤어요. 닭계장, 닭곰탕, 내장탕... 이렇게 늘어나게 된 거죠. 매일매일 오는 분도 많았어요. 삼계탕 지겹지도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자기가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매일 삼계탕을 먹었더니 오히려 살이 붙는 거 같다고 궁둥이가 통통해졌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애정이 가득한 장모님삼계반탕


고서를 붙인 것 말고도 가게 곳곳에는 대표님과 남편분의 손길이 묻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깊다는 ‘장모님삼계반탕’. 정성스럽게 키워온 가게인 만큼 물려줄 만도 하나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들은 현재 영화를 찍고 있고, 딸은 지금 공무원하고 있어요. 딸은 식품영양학과 나와서 요리도 잘 했는데, 둘다 아직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딱히 생각은 없어요. 나중에 사위나 며느리 나오면 일러줄까 싶기도 하고요.”

장모님삼계반탕이 인기를 끌면서 레시피 전수에 대한 요청도 왔었다고 한다. 천 만원이 넘는 가격을 제안받았지만 요리 방법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그렇게 사고 판다는 느낌이 어색해 정중히 고사했다고 한다. 또한, 단순히 레시피로 담을 수 없는 삶의 경험은 몸으로 직접 느껴야 하기에 전수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한명하 대표.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애정을 담아온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가게를 이어나갈 생각이란다.

가게가 한가해지면서 난타를 취미로 시작해 공연까지 올렸다는 한명하 대표를 보면서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예술적 감각을 통해 쌓아올린 섬세함이 지금의 천안 맛집, ‘장모님삼계반탕’을 일궈냈으리라 싶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몸이 허하다 싶을 때, 뽀얗게 우려낸 국물 속 잘 익은 살코기가 가득한 ‘삼계반탕’을 즐기러 ‘장모님삼계반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사위를 생각하는 장모님의 정성이 삼계반탕에 가득 녹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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