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역 지하상가 속
숨겨진 보물창고
골동품 가게
다복당

24번째 이야기 / 2021.04.19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길거리 곳곳에서 빈티지샵 또는 골동품 가게들을 접하게 된다. 예전에는 '누군가 쓰고 버린 오랜 된 물건을 왜 굳이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가?'하는 생각으로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유럽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들어갔던 가구점에서 마음에 쏙 드는 빛바랜 의자 하나를 보게 되었다. 배송의 어려움과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하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추억과 손길이 묻어 있는 앤티크 가구는 그 오랜 역사를 계산하듯 고가품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오랜 된 물건들, 즉 골동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나 동묘시장처럼 천안역 지하상가에서도 옛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다복당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랜 공무원 생활을 은퇴 후 취미가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어버린 다복당 대표님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다복당
골동품에 대해서

골동품의 품목은 매우 다양하며 한국에서도 일부 소비층을 갖고 있는 앤티크 가구, 도자기 이외에도 장난감, 화폐, 시계, 도서, 담배, 무기, 자동차, 초창기 전자제품 등 그 자체로도 취미가 될 수 있는 영역까지 포진해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경우, 외형은 멀쩡하나 부품이 망가져서 실사용이 불가능한 제품도 팔리고 있는데, 일부는 단순한 관상용을 넘어 실제 구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구매한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부품을 수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 부품 가격이 본체 가격을 월등히 뛰어넘는 경우도 많다.

새 물건도 아닐뿐더러, 엄청난 연식에 실사용도 거의 불가능한 중고지만 그 특유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골동품에 빠지게 되는 주된 요인은 실용성보다는 미적 감각을 중시하여 만들어진 중후하고 예스러운 디자인과,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물건을 만들었지?'라는 로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다복당

은퇴 후, 새로운 경제활동으로 ing

천안역 지하상가의 다복당 대표님도 골동품 수집이 처음엔 단순한 취미였다고 한다. 공무원 재직 시절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고, 부모님께서 가끔씩은 귀신 들어온다며 소중히 수집한 물건을 몰래 가져다 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도자기 제품들은 방에 따로 모아둔 덕분에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물건들이 하나의 컬렉션을 이루고, 은퇴 후 새로운 경제활동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취미에서 시작한 일인 만큼 큰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님은 특히나 근현대사에 관련된 골동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 현재는 매장 운영을 하기 위해 멀리는 강원도까지 발품을 팔아 다녀오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일을 위해서 멀리 간다는 생각보다는 아내분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생각으로 떠난다는 대표님의 말씀에서 여전히 취미처럼 일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과 골동품만큼 깊은 아내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물건을 골동품이라 부르는 걸까?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면 다 골동품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돼야 골동품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최소 100년이 지난 물건을 골동품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30년 이상, 100년 이하 된 물건을 ‘빈티지’라고 따로 구분하는데 이는 세일즈 텍스 분류 때문에 생겨난 구분이라고 한다. 실질적으로는 진짜 100년 이상 지난 물건이 아닌 이상 '빈티지'에 해당되는 물건들에도 흔히 ‘앤티크‘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고 한다.

한국 관세법에서도 마찬가지로 100년 이상 된 물건에 대해서는 골동품으로 구분해 관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해당 물건이 100년 이상 되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유사 골동품'으로 분류되어 관세를 부여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고 팁을 전했다.

다복당 다복당

그리고 자국 내 골동품의 해외 반출을 철저히 금지하거나 문화관광부에 허가를 받아야 반출이 가능한 나라들도 있다. 이를테면 터키가 있는데, 터키의 경우 90년 이상 된 자국산 카펫과 1830년대 이전에 주조된 금화, 은화의 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해외 반출을 위해서는 문화관광부에 요청해, '해당 물건이 해외 반출 통제 영역에 포함되어 있음을 신고하고 해당 물건이 역사적으로, 학술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라는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다복당은 "다 같이 복을 받자 "라는 의미라고 한다. 말씀을 나누는 내내 다복당 대표님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었다. 매장 관리부터 제품 선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 더욱 애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앞으로 다복당은 좀 더 다양한 골동품과 함께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셨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던 오랜 된 것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골동품 가게 다복당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는 시간을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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