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역 지하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예쁜 여성 옷
마틸다

62번째 이야기 / 2021.05.31

천안역 지하상가를 따라 내려가면 다양한 가게가 눈을 사로잡는다. 분식집과 만남의 광장을 지나 조금 더 지나가면 각양각색의 소품샵이,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면 의류 잡화 코너가 모여있다.

천안역 지하상가 의류 잡화 코너에서 오래 자리를 잡은 '마틸다'는 천안 시민에게 양질의 옷을 판매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자,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소개된 천안역 지하상가의 명물이다.

지하상가의 역사를 함께한 마틸다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마틸다

야무진 소녀를 형상화한 가게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역시 가게 이름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마틸다는 영화 레옹의 여 주인공(나탈리 포트만 분) 이름으로도 알려졌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소설 <마틸다>로, 다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알려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12년 째 마틸다를 운영하고 있는 최윤미 대표는 마틸다의 이름을 동화책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똑똑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로 기억한다며, 영화 <마틸다>에 나오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마틸다라는 이름을 한 소녀는 젊고, 똑똑하고, 야무진 소녀라는 생각을 했고, 가게 또한 이런 이미지를 갖길 바라며 가게의 이름을 '마틸다'로 정했다고 한다.

결혼 후 차린 가게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마틸다. 처음에 옷에 대해서 큰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장사를 하다 보니 점점 관심이 늘었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신랑이 장사를 하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장사가 잘 안 되고 해서 직장을 찾아갔어요. 저는 여자니까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자영업을 하면서 좀 자유로운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자영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일단 저는 참 재미있더라고요. 사회에 막 발을 디딘 19~20세 친구들이나 어머니 분들까지 단골이 되더라고요. 처음에 장사할 때는 제가 옷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저희 딸을 생각하며 '언젠가는 딸에게 이런 옷을 입히겠지?'하고 생각했는데, 벌써 딸이 스물 하나가 됐네요."

여성 의류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마틸다. 양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 사회 초년생이 많이 찾다가 그 분들의 어머니가 다시 가게를 찾으며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두루두루 많은 고개들이 가게를 찾아주셨고, 그 것이 지금까지 마틸다를 있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틸다

함께 하는 삶

마틸다에는 봄여름 옷이 한창이다. 화사한 느낌의 옷과 파스텔톤 옷이 전시돼 있다. 이는 최윤미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로, 어찌보면 하나의 편집샵과 같다고 해봄 직하다. 최윤미 대표는 전문샵과 연계해 다양한 상품을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동대문을 직접 오가며 제품을 들여왔다가, 이제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발주를 넣고 있어요. 한 군데서만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옷 별로 전문점이 생기면서 특화된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그곳을 통해 마틸다에 진열할 옷을 선택 후 받아옵니다. 마틸다에는 좀 부드러운 느낌의 옷이 많은 편인데요. 이것은 제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입니다. 어떤 분은 가운에 화려한 무늬나 글씨가 새겨진, 그림 그려진 옷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런 톤의 옷들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예전과 달리 간절기가 많이 줄어들면서 장사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사회 초년생으로 만난 아가씨들이 나중에 아이의 엄마가 돼서 오는 것도 보고, 고객의 변화에 발맞춰 마틸다고 점차 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마틸다

주변 이웃들과도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재고의 일부는 억지로 판매하거나 반품하려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름다운가게 쪽으로도 전달해드리다가, 천주교 성당에서도 바자회를 위해 기부를 받는다고 하셔서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기관이나 교회를 크게 가리지 않고요. 청소년 문화센터에서도 연락이 오면 보내드립니다. 힘들게 물건을 들여와서 그냥 보내면 아깝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보내면 보낸 만큼 돌아오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제는 재고가 막 쌓여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좋은 일을 했기에 마치 판매한 것처럼 마음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는 최윤미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선한 마음이 오랜 시간 마틸다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마틸다

지금처럼 꾸준히 지하상가를 지키고 싶어요.

이제 대를 넘어 사랑받기 시작한 마틸다. 오랜 시간 장사를 이어온 최윤미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직 지하상가를 벗어나 장사를 해본 적은 없어요. 지하상가, 그리고 전체 상권이 침체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하상가는 지하상가만의 매력이 있어요. 매일 아침 마주보는 가게들이 있어 참 즐거워요. 그런데 참 작년이 힘들었어요. 주변 상인 분들도 작년에 문을 많이 닫으셨어요. 올해는 그나마 손님이 좀 늘었어요. 정부 지원금도 받고, 임대료도 감면을 받아서 장사할 여력은 생겼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1인샵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아직 자신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기에 좀 더 힘을 내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가 좋아하는 물건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서 와주시는 것이니까요. 판매가 잘 되면 거기에서 오는 희열도 있고요. 만약 잘 안 될 때는 ‘내가 준비하는 시간이구나’하고 생각하려 해요. 장사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꾸준히 바라보고 가려고요. 작년에 장사는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보람있게 보낼 수 있었어요. 오랜 시간 지하상가를 지켜온 만큼, 고객들과 앞으로도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네요.”

찾아오시는 손님들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며 웃는 최윤미 대표를 보면서 문득 인터뷰 시작과 함께 나눴던 소녀 ‘마틸다’가 떠올랐다. 꼼꼼하고 야무진 소녀는 이제 나이를 먹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넉넉한 품을 갖춘 사람이 됐다. 여름을 맞아 멋진 여성 옷을 찾고 있다면 천안역 지하상가에 있는 ‘마틸다’를 찾아보자. 최윤미 대표의 소녀같은 미소와 함께 아마 기분까지 좋아지는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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