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대형마트의 시식코너만큼이나 다양한 주전부리들이 아닐까싶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따라 나갈 때면 늘 한 손엔 꽈배기나 도넛, 찐빵 등 다양한 간식이 들려 있던 기억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시대의 변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추세다. 전통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나 아쉬운 일이다. 그런 와중에 천안역 근처 전통거리 시장에서 만난 꽈배기진맛은 전통시장의 정과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5년째 꾸준히 영업 중인 그 동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꽈배기진맛 대표님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리는 억양이 살짝 독특했다. 이내 대표님은 중국에서 온 조선족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밝혔다. 혹시 인터뷰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일 뿐 이였다.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한국어 실력이 놀라웠다. 외국 분이시니 말을 천천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잠시 부끄러웠다. 한국어는 옛 고향 학교에서부터 배워왔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지내고 계신다고 한다
한국에 오신 지는 13년이 지났고 천안에서 자리 잡은 지는 5년째라고 한다. 남편분은 20년째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으신 덕분에 함께 이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대표님은 전통시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친근감을 가진 상인 중 한 분이셨고 인터뷰 하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해 주셨다.
타래떡은 원래 중국 한족의 과자로 ‘마화’라고 한다. 타래떡의 모양은 한국 도너츠의 대명사인 ‘꽈배기’와 같다. 한국의 꽈배기는 설탕을 표면에 뿌려서 먹지만 연변의 타래떡은 설탕을 뿌리지 않는다. 한족의 마화는 텐진지역의 특산물로 본래 딱딱한 질감인데 연변 조선족들은 부드러운 질감을 좋아하여 지금의 타래떡으로 변형시켰다고 한다.
연변 조선족들은 민족 문화에 대한 전통을 지키려는 의식이 강하면서도 타민족의 음식문화를 적절히 수용하여 조선족 식문화를 새로이 변화시켜가고 있는데 타래떡은 주변민족의 식문화를 수용하여 새로운 조선족 식문화를 창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하게도 꽈배기진맛의 꽈배기는 우리가 흔하게 보았던 설탕 묻힌 꽈배기가 아니었다. 깨끗한 기름에 바로 튀겨진 꽈배기는 크기도 크지만, 하나에 단 돈 천 원이라는 가격이 놀라웠다. 저렴한 가격으로 맛 볼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꽈배기는 정말 전통시장 거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이다.
창업에 대한 꿈을 예전부터 가지고 계셨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조카가 사 온 꽈배기를 맛본 후, 서울에서 꽈배기를 본격적으로 배워오셨다고 한다. 꽈배기 하나로 가게를 5년 동안 운영할 수 있음에 대표님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전하셨다.
원래는 네 가지 맛의 꽈배기를 판매하셨지만, 나가는 양이 매일 일정치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재료를 남겼다가 다시 쓰지 않기 위해 과감히 두 가지는 포기했다고 한다. 현재는 팥, 고구마 맛 꽈배기 두 가지만 집중적으로 판매 중이다. 게다가 1인으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반죽은 미리 하지만, 튀기는 건 미리 튀기지 않고 손님이 오실 때 바로 튀겨서 따뜻하게 내주어주신다. 엄마처럼 따뜻한 대표님의 마음이 느껴졌지만 반대로 식은 꽈배기를 원하는 분들도 있다는 말씀에 입맛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임없었다.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오며 가며 주전부리 메뉴로 사랑받는 거 같았다. 가끔 오시는 어르신 한 분은 늘 하루에 한 개씩만 사 가셨다고 한다. 어느 날, 이유를 여쭤보니, 운동 삼아 전통시장까지 산책을 하시는데 그때마다 저렴하고 맛있는 꽈배기를 간식으로 하나씩만 드신다고 했다. 또한 키가 큰 젊은 청년들이 가끔씩 방문하는데, 그 청년들은 올 때마다 꽈배기를 30~40개씩 구입한다고 한다. 주위에서 근무 중인 청년들은 일을 하면서 틈틈히 하나씩 먹기 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있는 간식이라는 평이었다.
사먹는 것만은 못하지만,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집에서 도전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1. 실온에 1시간 정도 둔 우유에 드라이 이스트를 섞는다.
2. 달걀을 그릇에 넣고 푼다.
3. 밀가루에 달걀, 식용유, 우유, 설탕, 소금을 넣고 섞는다.
4. 잘 혼합한 반죽은 36~38℃의 온도로 3시간 정도 발효시킨다.
5. 발효된 반죽을 100g씩 잘라 길게 밀어 타래 모양을 만든다.
6. 모양을 낸 반죽은 실온에 30분 정도 발효시킨다.
7. 둥근 팬에 식용유를 붓고 중불에 올려 170℃정도의 온도에서 반죽을 넣고 뒤집어가며 4분 정도 튀긴다.
꽈배기진맛은 향후에는 며느리님에게 요리법을 전수하고 함께 운영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지금은 손주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은 혼자 운영할 수밖에 없지만 언제든지 전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한자리에서 꾸준히 5년째 사랑을 받고 있는 꽈배기진맛은 최근 한 유튜버가 방문해서 촬영을 할 정도로 유명해지고 있다. 이미 천안역 근처에서는 꽈배기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있지만 더욱 더 발전해 나갈 꽈배기진맛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