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천안역 유명 맛집,
마늘떡볶이

14번째 이야기 / 2021.03.17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올 무렵, 유난히 생각나는 음식이 하나 있다. 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다. 학생 시절에는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가득한 음식,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학교 다녀오는 길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수다가 함께하기에 더 맛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몇 년 전 추억 삼아 학교 근처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자주 가던 떡볶이집이 사라져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동네 어느 곳이나 있는 떡볶이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남아 있는 곳, 천안역 역전시장에서 만난 마늘떡볶이는 시장의 세월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미 천안역 유명 맛집으로 방송에서도 소개된 그곳으로 맛에 대한 추억 여행을 떠나보았다.

마늘떡볶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15년째 운영 중

천안 역전시장 안에 위치한 마늘떡볶이집은 올해 횟수로는 15년 동안 운영 중이다. 현재 사장님 내외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찾아뵙고 인사드리자 밝게 화답해주신 두 분. 마스크로 가려져 있는 얼굴 너머로 서글서글한 인상이 느껴졌다.

인터뷰에 앞서 잠시 가게를 구경했다. 점심 시간이 한참 이후였지만, 바삐 오가는 손님들로 가게는 분주했다. 식사 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찾아오는 걸 보니 천안역 유명 맛집이 분명했다.

끊임없이 손님이 오갔지만 생각보다 정신없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이는 요령있게 분업하는 사장님 내외의 솜씨 덕분이 아닐까 싶다. 마치 한몸처럼 쉴새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울 지경이다. 부부가 30년 이상 함께 살아오면서 15년을 함께 일하며 쌓인 내공이 아닐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늘떡볶이 마늘떡볶이

혹시 그때 그 학생 아니세요?

사장님은 한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학생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은 고등학생 때 봤던 친구가 성인이 되어 5-6년 만에 박카스 한 상자를 사 왔다고 한다. 그런데 함부로 아는 척을 하기에는 혹시나 실수할까 봐 조심한다고 했다.

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고서도 찾아오게 만드는 이곳은 추억의 맛을 찾아 다녀오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학생 때 봤던 손님이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장이 된 모습으로 방문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선 계산을 안 받겠다고 하는 바람에 '돈을 주고 싶어하는 손님'과 '돈을 안 받겠다는 사장'님의 미묘한(?!) 실랑이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훈훈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니, 이야말로 방송에서 인정한 달인이 아닌 진정한 달인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늘떡볶이

자연스럽게 '생활의 달인' 방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생활의 달인 방송을 나가면서도 고민이 많으셨다고 한다. 몇 번의 거절 후 결국 방송을 나가게 되었지만 방송의 여파로 몇 년간 너무 바쁘게 지냈고, 되려 찾아오는 손님들을 다 챙기기 못하고 돌려보는 경우가 생겨 마음이 좋지 않으셨다고.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찾아온 인파에 정작 단골손님을 하나하나 더 챙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푸짐한 떡볶이에 담긴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단순히 마늘떡볶이를 판매하는 것보다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만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 그리고 그런 인연을 생각하기에 맛집 중에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째 한자리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의 마늘떡볶이는 말이죠.


15년 동안 오랜 사랑을 받아온 마늘떡볶이. 마늘떡볶이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15년 동안의 장사가 점점 체력적으로 부쳐옴을 느껴, 아드님이 뒤를 이어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힘들어서 그만하는 게 아니라 체력적인 한계로 찾아오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할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사장님 부부의 마음 씀씀이를 엿봤다.

아드님이 운영을 맡아 장사를 시작하면, 마늘떡볶이는 2대째 이어 내려오는 역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직접 만든 비법으로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지켜온 노하우를 아들에게 잘 가르쳐 물려줄 생각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단순한 떡볶이집일지 몰라도 사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면서 반짝이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군대에서 복무 중인 아들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맛으로 그리고 정으로 인사하며 맞이하고 있는 역전시장의 유명 맛집 마늘떡볶이에서 가슴 따뜻한 훈훈함과 추억의 음식 떡볶이 한 접시 맛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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