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밥상!
보리밥 정식!
목천삼뱅이보리밥집

101번째 이야기 / 2022.10.11

외지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가끔씩 집밥이 생각나곤 한다. 매일 시켜먹는 음식도, 밖에 나가 사먹는 음식도 자주 먹다보면 물리기 때문이다.
나는 집 밥의 냄새를 쫓아 항상 공설시장 안쪽 주민 센터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목천 삼뱅이 보리밥 집을 종종 찾아간다.
이곳은 40년 전통의 음식점으로 단일메뉴로만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 포근하고 따뜻한 그리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봐도 맛집

이곳 목천 삼뱅이 식당은 중앙시장에서 7년, 신부동에서 25년 지금 현재 공설시장에서 5년째 총 보리밥으로만 37년이라는 식당 운영을 해 온 집이다.
나는 항상 삼뱅이라는 뜻이 궁금했다.
그래서 사장님께 삼뱅이가 무엇인지 여쭈어 보았다.
사장님께서는 삼뱅이는 충남 목천읍에 있는 산 속 꼭대기에 있는 동네 이름이라고 말씀 하셨다.
태어난 고향이여서 그런지 사장님은 고향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해 보였다.
꼭 가게이름을 부를 때는 “목천삼뱅이보리밥” 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다.

황실

신부동에서 25년 식당운영을 하다가 공설시장으로 이전 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신부동에서는 가게 운영을 할 때 마다 주차가 너무 힘들어 고생을 하였는데,지금은 문성동 주민센터 주차장을 이용하면서,
주차하기가 매우 용이하여 이곳에 이전을 하였다고 한다.
문성동 주민센터 앞에서 운영을 하다보니 단골 손님이 꽤 많은 것 같았다.
37년의 오래된 연력을 가진 식당이다 보니 처음에는 보리밥 한 그릇에 500원을 받았다고 하였다.

지금은 7000원, 8000원, 9000원, 10,000원 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가격이 오른 이유도 사장님께서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닌, 보리밥을 찾으러 오시는 손님들이 가격을 올리셨다고 한다.

사장님께서는 요리에 자부심이 강해보였다.
시장경제에 역행하듯 항상 국내산 쌀과, 보리, 고춧가루를 사용하셨고 기타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인근의 마트뿐만 아니라 멀리서 직접 공수해오시기도 하셨다.
특히 직접 담근 된장과 맛은 매우 구수하고 담백하였다.
재료가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 이곳 ‘목천삼뱅이보리밥’ 식당은 항상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건강한 밥상과 집 밥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v
식당의 내부는 매우 평범하며,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시골식당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테이블의 간격은 조금 좁았으나, 자리에 앉아 보리밥을 먹기에는 충분하였다.

주방은 최신 트렌드답게 손님이 앉아서 볼 수 있는 오픈형 주방이였다.
뭔가 오픈형 주방은 손님에게 요리에 대한 신뢰감도 줄 수 있고,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구수한 냄새와 사장님의 손맛을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좋은 구조인 것 같다.

황실

이 곳 목천삼뱅이보리밥 식당은 한 가지의 메뉴만 있는 곳이다. 여느 가게의 진수성찬 반찬은 없지만, 건강한 나물과 밑반찬 그리고 된장국은 없던 입맛도 돌아오게 만들 만큼 매력이 깊었다.
사장님은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딸을 이곳 식당을 통해 키우고, 가르치고,시집까지 보냈다고 말씀하셨다.
보통 자녀 1명을 양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직장인 연봉의 10년치라고 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큰 돈을 벌려면 고기를 팔고, 술을 팔아야 하지만 단지 보리밥 하나로만 승부를 보겠다 라는 사장님의 신념으로 37년을 해오신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보통 사장님께서는 아침 7시에 식당에 도착하여 재료를 손질하면서 오후 7시까지 가게를 운영한다고 하였다.
이 곳은 아침, 점심, 저녁 꾸준히 손님이 온 다기 보다는 점심시간 한때의 장사라고 하셨다.
점심시간만 되면 손님이 너무 많아 바쁘기 때문에 어머니를 도와 예쁜 딸이 가게로 와서 어머니 일을 도와주고 간다고 한다.
보통 이 식당을 한번 왔다 간 손님들은 항상 점심시간만 되면 다시 찾아 온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께서는 자주 먹으면 질린다고 하신다.

황실

음식을 시키게 되면 둥그런 쟁반에 나물 반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입맛을 솟구치게 만든다.
갖가지의 제철나물들은 사장님께서 직접 텃밭에서 따오거나, 울릉도에 계신 동생에게 에게 부탁하여 공수하기도 한다.
콩나물과 버섯 들깨 볶음, 울릉도 미역취, 부지깽이들은 보리밥에 한꺼번에 넣은 뒤 소주잔에 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열심히 비비기만 하면 된다.
비비는 순간 고소한 참기름과 버물려진 나물의 향긋한 냄새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뚝배기에는 시래기 된장국이 나오게 되는데, 직접 담근 된장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구수하고 진한 맛이 풍겨져 나오는지 모르겠다.직접 딴 채소는 시듦이 없이 야들야들하면서 식감이 좋았고, 물김치는 가슴 깊숙하게 느껴지는 시원함이 내 목을 달랬다.
이 곳 목천삼뱅이보리밥 식당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들은 간이 잘 베여져 있으며, 자극적이지가 않아서 좋다.
어릴 적 항상 부모님께서 “간은 약하지만 맛은 구수하게” 라고 말씀 하신게 바로 이런 게 아니었나 싶다.

황실
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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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은 고구마고추장이라 하여 고추장에 고구마와 밀, 보리 등 많은 재료들이 포함이 되어 만들어 진 황금고추장이라고 말씀하셨다.
직접 고추장만 찍어 먹었더니 정말로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풍겨지면서 계속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고 싶은 그런 고향의 맛 이였다.
식사량이 많은 사람은 보리밥 한 공기로 부족할 수 있지만, 얼마든지 보충이 가능했다.
주방 옆에는 스스로 떠먹는 숭늉이 있었다.
보리밥을 먹고 바로 숭늉을 먹게 되면 입안에 있는 짭조름한 맛이 한번에 가시듯 깔끔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사장님께서는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나물을 무치기 때문에 이 곳 목천삼뱅이보리밥 식당의 즉석나물은 어디에도 먹어 보지 못하는 보배라 생각된다.
모든 나물들이 적절한 간이 베겨있고, 향긋한 냄새를 풍겨오기 때문에 어떠한 밥에 비벼먹어도 고추장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미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쌈과 야채를 같이 싸서 먹으면 입안에서의 여러 가지 맛이 동시에 느껴지며 밥을 먹을 때 마다 무조건 쌈과 같이 먹게 되는 중독성을 가지게 된다.
37년된 식당답게 반찬 하나하나가 맛이 있으며, 간이 적절하게 베여있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실 나물은 간이 너무 베이면 본연의 나물 맛과 향을 잃어, 맛이 없어지지만 이 곳 즉석나물들은 모든 나물에 향이 들어가 있는 것이 매우 좋았다.

소박하지만 1인 쟁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물과 밑반찬, 된장국, 보리밥들은 보기만 하더라도 건강해지며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되는 밥상인 것 같다.

황실

맛있는 인생!

목천삼뱅이보리밥 사장님께서는 식당 운영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른다고 하셨다.
사장님의 연세가 70에 가까워 지셨고, 곧 공설시장은 재개발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셨다.40년 가까이 장사를 하면서 힘든 적 한번 없었고, 뛰어난 음식솜씨 하나로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항상 오랫동안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장님께 힘내라는 응원을 드린다.
고향의 냄새가 그리울 때,
외지에서 집 밥의 향기를 맡고 싶을 때,
목천삼뱅이보리밥 집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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