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맛보는
남도의 푸짐한 한상차림,
남도밥상

75번째 이야기 / 2021.12.17

우리나라에서 식도락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전라도. 맛의 고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요리가 발달한 것은 물론 빼어난 풍광까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전라남도는 청정한 자연에서 나는 신선하고 풍부한 식재료와 넉넉한 한상차림으로 소문이 자자한데, 천안 역전 시장 안 골목에서도 이런 전라남도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푸근한 외모의 해남 사나이 이상대 대표님이 운영 중인 <남도밥상>이다.

남도밥상

골목 안 숨은 맛집

남도밥상은 천안 역전 시장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 골목에 위치한다. 지도를 보지 않고서는 한 번에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데 인근 주민 및 회사원들의 단골집이자 타지역 사람들도 틈틈이 찾는 숨은 맛집이다.

큼지막하면서도 유독 깨끗한 간판이 돋보이는 그곳에 들어서면 다른 식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만 일반 가정집처럼 아늑한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 곳곳에 걸린 액자와 화려한 조명, 잔잔하게 흐르는 올드팝까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제법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곳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남도밥상
남도밥상

식당 한편엔 웅장한 바위 장식과 각종 화초로 꾸며진 특별한 휴게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상대 대표님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거나 어린 자녀를 동반한 손님들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정말 집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특히 어린아이들이 이곳에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가족 손님들이 오시면 더욱 인기 만점이죠. 잠시라도 마음 편히 식사하시고, 식사 후에도 편안하게 여유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련했어요.” 그러고는 식당 인테리어를 하며 가장 마음에 든 곳이라고 덧붙이셨다.

남도밥상

꿈을 향한 도전

전라남도 해남이 고향이라는 대표님이 천안에 사는 사촌 형을 찾아 이곳에 머무른 지는 벌써 16년, 지금의 자리에서 가게를 시작한 지는 5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처음에 차린 가게는 식당이 아니었다고. “아는 분의 소개로 이 자리에 있던 주점을 하게 됐어요. 장사는 곧잘 됐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계속 허전하더라고요. 주점보다는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마음이 더 커졌어요.”

물론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버리고 생전 처음 해보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경험이 전무한 분야여서 잘 될 거란 확신도 없었고,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고 있던 사촌 누나와 사촌 형의 든든한 지지로 결심을 굳혔다. 특히 수십 년간 찬모로 일한 경력과 뛰어난 손맛까지 겸비한 사촌 누나가 함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올해 2월, 꿈에 그리던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해 개업했다. 그리고 맛의 고장이자 고향인 남도의 훌륭한 먹거리를 천안의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식당 이름을 <남도밥상>으로 지었다.

식당으로 바꾼 후 일도 많아지고 바빠졌지만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에 재미있고 좋다는 이상대 대표님께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실 제가 엄청 무뚝뚝한 성격이에요. 말투도 강하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가끔 오해도 받곤 했는데요. 이 식당을 오픈할 당시 아는 형이 저에게 정말 따끔하게 충고를 많이 해줬어요. 무조건 말투도 상냥하게 고치고 손님들께 친절해야 한다고, 고치지 않으려면 가게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계속해서 잔소리를 해줬죠. 처음엔 성격을 바꾸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계속해서 지적을 당하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친절이 몸에 배어 익숙해졌네요. 그 형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방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안부도 나누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는데, 그 뒤에 이런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이제는 그의 친절함 때문에 <남도밥상>을 다시 찾는 이들이 더 많다.

엄마의 손맛과 정성이 느껴지는 곳

개업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단골이 많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는 이상대 대표님은 한 여자 손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하셨다. “혼자 오신 젊은 여성분이셨어요. 생선구이를 시키셔서 상을 차려드리고 다른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식사하시다 말고 갑자기 우시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인지 여쭤봤더니 엄마가 차려준 집밥 같아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한편으론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이 짠해지기도 해서 아직도 그분이 잊히지가 않네요.”

남도밥상

<남도밥상>은 이렇게 손님을 울릴 정도로 맛과 정성과 인심을 갖춘 곳이다.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마치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어머니가 차린 밥상처럼 푸짐하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빼곡하게 상을 채운 열 가지 이상의 밑반찬은 물론 영양과 정성이 가득한 밥은 입도 행복해지고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으니 손도 입도 바쁘다.

남도밥상

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대표님의 추천 메뉴는 생선구이. 갈치, 병어, 고등어 등 여러 생선을 노릇하게 구워낸 모듬생선구이는 단연 인기다. 또한 제철을 맞은 밥도둑 꼬막 돌솥비빔밥도 추천한다.

남도밥상

난생처음 해보는 식당 일이지만 매일매일이 즐겁다는 이상대 대표님은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안쪽에 있어서 잘 찾기도 힘든 식당인데 꾸준히 찾아와주시는 고객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할 수가 없어요.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편안하고 배부르게 드실 수 있도록 이 가게를 잘 유지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오직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남도 음식의 맛을 전하는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전라남도의 넉넉한 인심과 엄마의 손맛이 어우러진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다면 천안 역전 시장 골목의 <남도밥상>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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