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입이 즐거운
수제 디저트 샵,
구움

76번째 이야기 / 2021.12.22

최근에는 커피나 차와 곁들여 간단하게 먹기 좋은 디저트 메뉴가 인기다. 그중에서도 고소한 버터 향이 가득 배어 있는 프랑스식 구움과자는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적인 간식.

특히 섬세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건강한 맛과 정성이 가득 담긴 구움과자는 연말이나 기념일 등에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도 제격인데, 얼마 전 천안에 이런 구움과자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 샵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구움

요리 대회 우승자의 이유 있는 변신

천안역 앞길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그곳은 프랑스식 수제 구움과자를 선보이는 디저트샵 <구움>이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안을 들여다보게 되는 그곳은 작지만 화사한 인테리어와 짧지만 정겨운 이름의 간판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마침 크리스마스를 맞아 알록달록 예쁜 장식과 귀여운 시즌 쿠키가 먼저 반겨 저절로 발길이 머무는 곳이기도 했다.

지난 9월 문을 열어 이제 막 3개월이 된 따끈따끈한 신규 매장이지만, 이 지역을 오래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이곳이 얼마 전까지 <카페 빼꼼>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카페를 운영하던 김동한 대표님이 그대로 이어 <구움>을 운영한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지난 3월 인터뷰를 진행했던 곳이기도 한데 불과 9개월 만에 많은 것이 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구움

가장 큰 변화는 대표님이 제1회 천안 흥타령 특산물 요리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이다. 대상의 영예를 안은 수상작은 ‘호두 카라멜 휘낭시에.’ 김동한 대표님이 그의 스승이자 그레이스킴 디저트 아카데미의 대표인 김은혜 셰프님과 함께 개발한 메뉴로, 클래식 휘낭시에 위에 소금 카라멜 버터크림을 듬뿍 짜 올리고 호두 카라멜과 시노베 브라운 치즈를 올려 단짠의 매력적인 맛을 조화롭게 구현한 작품이다. 그 모양새만 봐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은데 요리 경진대회의 제한 시간은 한 시간 밖에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실 베이킹이라는 것이 굽고 모양을 만드는 것 외에도 반죽 시간과 휴지(숙성) 시간 등이 필요해서 한 시간 안에 완성하기가 매우 빠듯한 품목이에요. 이번 호두 카라멜 휘낭시에 같은 경우에도 버터크림을 올리기 위해 오븐에서 갓 꺼낸 뜨거운 빵을 냉동에서 차갑게 식히는 시간이 꽤 오래 필요했죠. 실제로 대회장에서 다른 참가자분들은 40분쯤 되니 이미 요리를 다 끝내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셨는데, 저는 50분이 돼서야 토핑을 올릴 수 있었어서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대회 준비도 일주일 정도 밖에 하지 못했고, 시간 안에 맞추느라 긴장도 많이 했기에 솔직히 수상은 기대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영광스럽게도 대상을 받았네요.”

대회의 취지가 호두 외에 오이, 멜론, 거봉, 배, 순대 등 다양한 천안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의 개발이었기에 원래는 다른 재료를 고려해 봤으나, 대부분 베이킹과 쉽게 어울릴 수 없는 물이 많은 재료였고, 한 시간 안에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오랜 고심 끝에 제과에 두루 잘 어울리는 천안의 대표 특산물인 호두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정성과 노력을 다해 만든 그의 작품은 심사위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지금의 <구움>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회에 참여하기 전만 해도 그 당시 운영하던 <카페 빼꼼>이 완벽히 내 가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기존에 있던 매장을 그대로 운영한 거라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구조도 저와 맞지 않았죠. 더구나 그때는 커피까지 같이 하다 보니 정작 과자를 구울 시간도, 공간도 부족했어요. 그러다가 막상 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니 전문적으로 나만의 디저트 가게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구움

정성스러운 수제 디저트 샵의 탄생

그렇게 기존 매장을 잠시 닫고 새로운 가게로의 변신을 준비했다. 구움과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커피 메뉴를 없애고 좌석 대신 작업 공간을 만들어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바꿨다. 커피 손님과 매장 취식 손님이 끊기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겠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고객들에게 더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상호도 직관적이면서 어감이 좋아 마음에 들었던 ‘구움’으로 바꿨다. 이제 정말 자신만의 브랜드로 자신만의 가게를 차린 어엿한 대표가 됐다.

<구움>의 문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려있다. 하지만 단 하나를 만들더라도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고객들에게 최상의 맛을 대접하고 싶다는 김동한 대표님은 매일 어김없이 오전 8시부터 과자를 굽는다. 쉬는 날도 없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장에 있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지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과자를 만드는 일이 너무 즐겁고 좋아서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손님들이 오셔서 맛있다고 해주시면 그 한 마디에 큰 힘을 얻고요.”

구움

물론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을 때도 더 나은 제품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고맙게 느껴진다고 한다. “무스 케이크 종류는 원래 제조 과정에서 한 번 얼렸다가 다시 냉장에서 숙성한 후 먹는 제품이거든요. 그런데 냉장에서 숙성이 시작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맛이 변질되기 때문에 가장 신선한 상태로 드리고 싶어서 예전에는 손님들이 가져가셔서 숙성할 수 있도록 드렸었어요.

한 번은 이 무스 케이크 배달 주문이 들어와서 냉동 상태로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 고객께서 언 상태의 케이크가 불쾌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제대로 설명을 못 드린 것도 있지만, 그 이후로는 케이크 종류는 예약으로만 주문을 받고 가장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상태일 때 드리고 있어요. 이렇게 나쁜 것을 느꼈을 때 바로 말씀해 주시면 개선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죠.”

구움

이렇게 아직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작은 매장을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너무나 감사해 항상 친절과 변함없는 맛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김동한 대표님은 지금도 꾸준히 베이킹을 배우며 계속해서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자세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는지, 보관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베이킹에 얼마나 많은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구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그의 바람은 소박했다. <구움>만의 독보적이면서 더 맛있는 구움과자를 다양하게 선보여 직원 한 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는 것, 우선은 그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그리고 당장에 커피는 시작할 수 없어도 차차 구움과자와 함께 마시기 좋은 음료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록 다른 디저트 카페와 달리 음료도 없고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자리도 없지만 한 번 방문하면 자꾸만 생각나 다시 찾게 되는 곳. 그건 아마도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구움>만의 특별한 맛과 매력이 있기 때문 아닐까?

선물할 일이 많은 요즘, 특별한 디저트로 마음을 전하고 싶거나 문득 맛있는 간식이 생각난다면 천안의 구움과자 맛집, <구움>을 방문해 보자. 그곳의 모든 이야기는 인스타그램(@guum_baked)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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