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안한 발걸음을 위한
신발 전문점,
사루비아화점

73번째 이야기 / 2021.11.24

한때, 통로를 가득 메운 인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천안역 지하상가. 이제 천안 상권의 황금기와도 같았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곳엔 여전히 그때의 추억과 영광을 그대로 간직한 채 수십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오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오늘 찾은 신발 전문점 <사루비아화점> 역시 처음 천안역에 지하상가가 문을 열던 1988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떠난 그곳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님 부부를 만났다.

사루비아

지하상가 지킴이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사루비아화점>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사루비아화점>은 천안역 지하도상가 안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아동화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신발들이 있다 보니 매장 안팎으로 각양각색의 신발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한참을 걸어야 매장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정도다.

총각 때부터 쭉 서울에서 신발가게를 해왔다는 대표님은 결혼 후 천안역에 지하상가가 생긴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 아내와 함께 천안에 내려와 지금의 자리에 <사루비아화점>을 시작했고, 그렇게 33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세 칸으로 시작한 가게는 계속해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차츰 자리를 넓혀 9칸까지 늘어났다. 점차 손님은 줄었지만, 매장은 줄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신발도 계속해서 채워뒀다. 이곳을 기억하고 찾아주는 손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천안역 지하상가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그는 그곳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매장보다 자꾸만 빈 공간이 생기는 지하상가를 더 먼저 걱정했다. “예전에는 이곳 사람들끼리 정말 가족보다 더 친하게 지냈었는데 지금은 다들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나마도 버티지 못하고 나간 사람들도 많아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함께 고생했던 분들이라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는데.... 지하상가는 절대 혼자서 상권이 좋아질 수 없어요. 무조건 지상과 더불어 잘 되어야 하죠. 하루빨리 민자 역사가 완공되고, 지하상가와 연결이 되어 유동인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사루비아 꽃처럼

신발 전문점 이름이라고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 매장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걸까 궁금했는데 대표님은 “사루비아 꽃이 예쁘잖아요. 제가 꽃을 좋아하는데 신발도 예쁘게 신으면 좋을 것 같아서 꽃 이름으로 지었어요.” 하고 수줍은 듯 웃으며 답했다.

꽃을 좋아하는 그는 아내에 대한 사랑도 지긋하다. 매장에서 하루 종일 붙어있어 지겹다고 장난스레 말하면서도 장사를 하며 생기는 스트레스는 일 끝나고 집에 돌아가 함께 술 한 잔을 하거나 공원을 5km 정도 같이 걸으면 금세 해소된다고 했다. 가끔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산에 올라 지나는 기차에 고함소리를 묻기도 하지만.

레몬트리
레몬트리

오랜 시간 신발과 함께 해온 대표님은 <사루비아화점>의 장점으로 넓은 매장과 다양한 상품을 꼽았다. 지하상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매장 크기와 제품 수를 자랑하기에 구두, 운동화, 단화, 편리화, 부츠는 물론 수제화까지 종류도 셀 수 없이 다양한데, 모두 대표님의 오랜 업력과 노하우로 엄선해서 고른 상품들이기에 손님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터뷰 중 방문한 한 고객은 한참을 매장에 머물며 신발 여러 켤레를 신어보고는 칭찬 일색이었다. “집에 애들이 명품이다, 브랜드 신발이다 하며 좋다고 선물로 사다 준 신발들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하나같이 발이 불편하고 금세 피곤해져서 잘 안 신게 되더라고요. 비싸고 좋다는 그런 신발보다 여기 나와서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직접 신어보고 고르는 게 훨씬 좋아요. 종류도 많아서 이것저것 원하는 대로 신어볼 수도 있기에 자주 오게 돼요.”.

그뿐만이 아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디자인과 손님의 발에 꼭 맞는 편안한 신발을 콕콕 집어내는 부부의 안목과 손님을 왕자, 공주처럼 모시는 특유의 친절함 역시 이곳만의 인기 비결이다. 오죽하면 대표님의 별명이 ‘김친절’일 정도라고.

사루비아

편안한 신발처럼, 편안한 가게로 오래 남고 싶어요.

요즘은 남을 의식하는 사람이 적어져 디자인보다 편안한 신발을 주로 찾는다는 대표님은 <사루비아화점> 역시 편안한 가게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며 신발의 기능과 역할이 변하듯, 이곳도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데요. 신발도 편한 것이 제일이듯, 30년을 넘게 이어온 이 가게도 많은 분들에게 편안한 가게가 됐으면 해요. 그리고 모두가 힘든 이 시기를 다들 열심히 버티고 있는데, 지하도상가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서 볼거리, 살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다시 사람들의 발길로 활기를 띠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부터 함께한 곳인 만큼 여기에서 계속 오래 일하고 싶거든요. 그게 저의 가장 큰 바람이자 목표입니다.”

“그 옛날 수많은 천안 시민들의 건강한 발걸음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던 <사루비아화점>은 그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오늘도 당신의 편안한 발을 위해 천안역 지하도상가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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