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며 힐링하는
레몬트리 공방

72번째 이야기 / 2021.11.19

수공예품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것이 아닐까. 삐뚤빼뚤 반듯하지는 않아도 내 마음과 손길이 닿아 완성된 결과물은 그 어떤 작품보다 가치 있고 의미가 있기 마련. 이런 수공예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적지 않기에, 천안역 지하도상가에는 지나는 모든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공간이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알록달록 예쁜 공예품들이 알차게 진열되어 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고, 클레이, 종이접기, 리본아트, 냅킨아트 등 다양한 토탈공예를 직접 체험해 보거나 체계적으로 배울 수도 있는 곳, 바로 <레몬트리 공방>이다.

레몬트리

청년 CEO의 용감한 도전

<레몬트리 공방>을 운영 중인 신승화 대표님은 천안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자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한 ‘청년장사꾼 프로젝트’ 및 ‘청년 CEO 500’을 통해 2014년에 천안역 지하상가에 첫 발을 내딛고 당당히 창업에 성공한 청년 CEO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 지원 사업의 교육 프로그램과 평가, 심사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규제도 많아 일과 살림을 병행해야 했던 그녀에게는 매일매일이 도전 같았다고. 그래도 자신만의 공방을 가지고 싶다는 큰 꿈으로 꿋꿋하게 이겨냈다.

처음에는 함께 공예를 배우며 알게 된 지인과 동업을 했다. 신기하게도 동갑에 생일까지 같아 빠르게 친해진 두 사람은 서로 돕고 시너지를 내며 공방을 운영했다. “제가 지원을 받을 당시 같은 기수에 겹치는 분야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공예 선생님들이 선정됐었어요. 덕분에 지하상가가 가지각색의 공방으로 환하게 불이 켜졌었죠. 몇몇 선생님들과는 임의로 ‘천신공(천안 신여성 공예가)’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 다양한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수공예라는 것이 공방만 두고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지금은 뿔뿔이 흩어지고 몇 분 안 남았네요. 저와 동업을 하던 선생님은 전공이 미술이셨는데, 지금은 그 전공을 잘 살린 학원으로 업종을 바꾸셔서 더 잘 지내고 계세요.”

레몬트리

우연히 시작한 클레이에서 비롯된 새로운 삶

공예를 접하는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신승화 대표님도 사실 처음부터 공예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구 출신인 그녀는 결혼을 하게 되면서 천안에 오게 됐고, 전공도 식품 계열이었으나 첫아이의 병치레로 우연히 클레이를 시작하면서 공예의 매력에 빠졌다. 원래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었기에 클레이에서 종이접기, 리본아트 등 점차 분야를 늘려나갔고 급기야 모든 자격증을 이수했다.

“자격증을 전부 이수하긴 했지만, 바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홈스쿨로 조금씩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한 평생학습관에서 강사로 일하게 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레몬트리’라는 이름도 그 평생학습관 수강생분들께서 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정말 소중한 인연이죠.”

레몬트리
레몬트리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업이 진행되고 얼마나 많은 작품을 만드셨는지 공방 안은 수많은 작품들로 빼곡했는데, 작품을 만드시는 모습이 궁금하다는 기자의 한 마디에 흔쾌히 보여주시겠다는 대표님. 작업대 위에 클레이 재료를 준비하고 자리에 앉으시더니 익숙한 듯 빠른 손놀림으로 슥슥 만들기를 이어나갔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한 게임 속 캐릭터들이 예쁜 크리스마스 조명 소품으로 뚝딱 만들어졌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대표님과 이런 작품을 만들며 즐거워했을지 가늠할 수 있었다.

물론 <레몬트리 공방>는 어린이들만 찾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도 있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고, 손자 손녀를 위해 만들기를 배우는 어르신도 계시다. 남녀 구분도 없다. 모든 연령대의 수강생들과 함께 공예품을 만들며 이야기도 나누고, 차도 마시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져 속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신승화 대표님은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일이 너무나 감사하고 보람도 느낀다고.

레몬트리

수많은 토탈공예의 종류 중에서도 신승화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고 추천하는 것은 ‘꼴라쥬 냅킨 아트’다. 페인팅부터 스텐실, 냅킨 등 다양한 공예기법을 활용해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공예 작품은 으레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대표님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배우면 쉽게 하실 수 있고, 잘 하실 수 있는 것이 공예예요. 오히려 ‘똥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막상 시작하면 더 잘하시는 경우가 많고요. 재밌게, 즐기면서 하시는 분들이 가장 잘 하실 수 있는 분야이므로 부담 없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레몬트리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워낙 수년 전부터 다양한 공예 수업으로 인기를 얻어 여러 학교, 기관, 미술학원, 문화센터, 아동복지센터, 아동지역센터 등에서 강의를 이어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성적이던 성격도 달라지고, 여러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게 된 것도 정말 좋지만 가장 좋은 점으로는 뿌듯함을 꼽았다.

“공방을 찾아주시는 분과 공예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는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앓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요.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만들고, 서로 대화도 많이 해나가면서 점차 회복되고 치유되시는 것을 많이 봤어요. 공예가 아이들, 성인들, 어르신들에게 좋은 취미활동도 되지만 힐링 효과도 있다고 하거든요. 그럴 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너무나 뿌듯하죠. 오히려 그분들과 수업을 하면서 제가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는 일도 많은데.... 사실 저 역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당시 큰아이가 많이 아프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시기라 우울증이 오기도 했는데 이런 인연들을 만나며 치유됐거든요.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일이 정말 자랑스럽고 좋아요.”

그리고 이어서 워낙 아픈 아이로 고생을 했던 그녀이기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수업은 특히 마음이 많이 가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2018년부터 천안에 있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충청지부에 수업을 나가게 됐는데요. 그곳 수업은 아이가 아니라 환우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돼요. 병간호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수업이죠.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금은 줌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서로 직접 만나지도 못하고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어머니들이 정말 열심히 참여하시고, 그 시간만큼은 환하게 웃으시는 걸 보면 정말 마음이 좋아요. 끝나고 감사하다고 웃으며 인사하시는 그분들을 뵈며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고요. 제가 비슷한 상황에 있어봤기에 얼마나 힘드실지,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잘 알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지금은 종종 그분들이 공방에 찾아오셔서 수다도 떨고 가시고 그래요.”

“이렇게 천안역 지하상가는 저에게 시작의 기쁨을 알려준 곳이자 많은 인연을 선물해 준 곳이에요. 앞으로도 이곳에서 오래오래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레몬트리

천안 시민의 사랑방이자,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레몬트리 공방>은 배냇액자, 웨딩액자 등의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꼴라쥬 냅킨아트, 클레이, 종이접기, 석고 방향제 & 수제몰드, 레진아트, 비누꽃 등 다양한 토탈공예 강좌가 진행된다. 또한 어버이날, 할로윈, 빼빼로 데이, 크리스마스 등 달마다 테마에 맞춘 원데이 클래스는 물론,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 단위의 클래스, 성인반, 직장인반, 주말반 등도 운영되므로 편하게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답답한 일상에 지쳤다면, 천안역 지하도상가 249~250호 <레몬트리 공방>에서 잠시간의 여유와 마음의 위안 그리고 뿌듯한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미리 전화(010-4768-0754)로 예약을 해야 헛걸음하는 일이 없으니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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