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시장의
청춘을 기다리는
청춘닭발

48번째 이야기 / 2021.05.24

시장을 떠올리면 다채로운 볼거리가 그려지지만, 한편으론 냄새의 기억도 있다. 노점을 지나며 맡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의 냄새. 그리고 다양한 음식 냄새... 온갖 유혹의 냄새가 시장을 오가는 사람을 유혹한다.

‘청춘닭발’은 역전 시장을 지날 때 고소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야무진 손맛으로 인근 노동자들의 하루를 즐겁게 달래주는 청춘닭발에서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춘닭발

닭발을 먹으면 젊어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투박하지만 푸근한 인테리어의 청춘닭발이 한 눈에 들어왔다. 프랜차이즈 식당처럼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춘 푸근함이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준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메뉴판부터 테이블, 그리고 주방까지 야무지게 정리된 흔적이 보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물었던 질문은 ‘청춘닭발’의 의미. 닭발과 청춘의 조화가 어색한 듯 어울린다. 청춘닭발 김대원 대표는 4년이 넘은 청춘닭발의 역사를 소개하며 청춘닭발의 뜻을 소개했다.

청춘닭발

“청춘닭발의 시작은 천안 역전시장 야시장에서부터 시작해요. 처음에는 약간 가볍게, 알바 느낌으로 야시장에 입점해 닭발을 팔기 시작했어요. 대신 닭발을 직접 받아서 일일이 손질하며, 맛을 올리려고 노력했죠. 그 덕분이었을까요? 주변 대학교에서 소문이 나면서 장사가 정말 잘 됐어요. 그러다 보니 닭발이 소진돼 장사를 못할 지경에 이르러, 닭발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게 돼 정식으로 가게를 차리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청춘이 많이 찾아서 청춘이라는 이름을 생각했네요. 그리고 또 하나. 닭발에는 콜라겐이 많아서 피부 미용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닭발을 먹으면 젊어진다. 청춘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함께 담게 된 거죠.“

청춘닭발

닭발 노점에서 포차가 되기까지

처음엔 야시장 내 노점이었다는 청춘닭발. 야시장 인기 노점이었지만, 가게를 오픈한 후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저희가 관리를 잘 못한 부분이 있어요.” 아쉬운 얼굴로 포차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가게를 오픈하고 첫 겨울에 대비를 잘 못했어요.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것 같으면 과감히 쉬었어야 했는데, 그걸 모르고 욕심껏 하다가 왔던 고객이 그대로 돌아가는 일이 생겼죠. 그래서 야시장 노점은 문을 닫고, 가게를 포차식으로 재구성했어요.”

포차식으로 바꾸면서 청춘닭발은 주변 현장 노동자가 시름을 잊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날도 이미 삼삼오오 모여 조금 이른 저녁과 반주를 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춘닭발을 방문한 고객에게 가게의 장점을 물었다. “일단 맛이 좋죠. 이모 솜씨가 좋거든요.” 고객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친절하고, 정이 있죠. 그러다 보니 단골이 되는 것 같아요.”

청춘닭발

맛이 좋다는 청춘닭발에서는 다양한 메뉴를 엿볼 수 있다. 추천받을 만한 메뉴는 무엇이 있을까? 청춘닭발 대표님에게 추천메뉴를 물어봤다. 지금의 청춘닭발을 있게 한 닭발도 자신있는 메뉴지만, 국물류에서는 알탕이나 만두전골, 식사를 마친 후 2차로 오신 고객에게는 꼼장어 등을 추천한단다. 청춘닭발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의 상당수는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까지 해서 나간다고 한다.

마침 꼼장어 주문이 들어와 간단히 꼼장어 요리 솜씨를 볼 수 있었다. 우선 불맛을 입히기 위해 초벌 구이는 숯불로 한다고 한다. 가게 밖 숯불 화로에서 익어가는 꼼장어로부터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이런 냄새에 이끌려 찾는 손님도 있다. 초벌 구이를 마친 꼼장어는 다시 안으로 들어와 양념과 함께 다시 굽는다. 열린 주방을 통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요리 하나를 마친 후에도 꼼꼼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청춘닭발

역전시장의 새로움을 찾아서

청춘닭발 대표님에게도 역전시장, 나아가 원도심 상권의 활성화는 늘 고민이라고 한다. “저희같이 젊은 상인들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러면서 원도심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시장 근처의 시설이 문제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보다 우선 새로운 상인, 새로운 고객들이 유입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인들끼리 화합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요. 고객들이 다양한 가게를 다니면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상인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내 단골이 다른 가게 가는 걸 못 견뎌한다든지,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고요.”

청춘닭발

최근에 지하상가에서 열린 플리마켓과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도 한 청춘닭발 대표. 대표에게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많다. “목표도 있고, 꿈도 있어요. 좀 더 넓고 깨끗한 곳으로 옮겨서 크게 장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물론 그러려면 상권이 좀 더 활성화돼야 할 필요가 있겠죠. 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청춘닭발

다시 청춘들이 많이 찾는 천안 역전시장을 꿈꾸며, 오늘도 청춘닭발에서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이 나오고 있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닭발, 고소한 꼼장어 맛이 그립다면 천안 역전시장에 있는 ‘청춘닭발’을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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