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뒷고기지만
맛과 정성만큼은 일류
서가네 뒷고기

134번째 이야기 / 2023.10.30


경주마같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삶 속에서 무언가의 뒤를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앞다투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에도 귀함을 느끼고 그 가치를 보듬을 줄 안다.

천안 대흥동 명동거리 <서가네 뒷고기>의 서원우 대표도 그렇다. 삼겹살이나 갈비 같은 대중적 부위가 아닌 ‘뒷고기’라는 다소 생소한 부위를 당당히 전면에 내세운 뚝심 있는 그에게 뒷고기만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끌리는 마력의 뒷고기

“대부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뒷고기’라고 하면 돼지의 하반신 쪽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사실 머리 쪽에 있는 볼살, 턱밑살, 항정살 등 다섯 가지 부위 모둠으로 구성했습니다. 예로부터 맛있는 부위라서 뒤로 빼돌려 먹었다-라는 속설이 있을 만큼 고기 자체의 맛이 특별하고 기름기가 적어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에게도 정말 호평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던가. 더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직접 먹고 나서야 그의 열변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처음 접해봤기에 잡내가 나진 않을까 내심 우려했던 것이 무색하게 그저 고소한 육향 머금은 쫄깃하고 풍부한 식감과 감칠맛이 입안을 점령한다. 육즙은 풍성하지만 기름지지 않아 부담이 없으니 쉴 새 없이 들어간다. 이 정도면 매력이 아니고 마력 아닐까. 아니면 이 집만의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특별한 비법이라고 하면 소주에 절인다거나 각종 양념을 쓴다거나 이런 것을 기대하시겠죠?
하지만 우린 그저 생고기 그 자체가 비법입니다. 첨가물 걱정 일절 없이 안심할 수 있는 생고기지요.”

그야말로 묵직한 정공법이다. 재료가 신선해야만 맛도 있다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에 대한 마음가짐을 서대표는 강조했다.

“비록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나 화려한 상차림은 없지만 내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이 진심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하자는 것이 우리 매장의 원칙입니다. 김치도 비싸더라도 꼭 국산만 씁니다. 제가 여기서 식사를 할 때도 우리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어요. 맛있게 드시고 간 고객이 다시 오셨을 때의 기쁨이야말로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의 장담대로 고기 자체 질도 훌륭하지만 곁들이 반찬들도 하나같이 묵은 느낌 없이 신선하고 아삭한 것이 인상적이다. 새콤한 부추 초무침은 고기와 찰떡으로 어우러져 일품이었다. 한 입 두 입 먹을수록 점점 진하게 느껴지는 건 나와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만들자는 서대표의 진심이었다.

원도심 살아있는 역사의 이유 있는 내공

고기 굽는 매장을 갈 땐 일종의 딜레마가 있다.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구워주는 시스템은 고기가 익는 시간 내내 타인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 다소 부담스럽고, 오로지 고객이 굽는 시스템에선 집게를 쥔 사람의 스킬이나 기호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다.

<서가네 뒷고기>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중도를 걷는 서비스가 돋보였다. 고기가 익는 사이사이 바람같이 나타나 경험에서 온 눈썰미로 고기 굽기 정도나 불판 상태를 체크한다. 테이블이나 식기 등 전반적인 매장 청결 상태도 흠잡을 곳 없다.
내공이 심상치 않은 서원우 대표는 사실 43년이나 이 명동거리에서 요식업을 운영했던 베테랑이자 현재 명동상인회의 회장으로도 활발하게 역임하고 있다.

“제가 천안 대흥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입니다. 예전에는 ‘명동’이라는 이름처럼 명성 있는 번화한 거리였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많이 낙후됐죠. 활성화를 위해 시 차원에서도 문화거리 등 많은 사업을 진행했지만 녹록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 같이 힘든 시기 아닙니까. 언제까지나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일단 나부터 개선할 것은 개선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노력이 필요해요.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서비스로 우리 매장 음식을 드신 고객이 타 지역에 가서도 ‘아 거기는 정말 맛있었어’라고 하실 만큼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명동상인회 다른 대표님들도 모두 함께 노력하고 있으니 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43년 전 패기 넘치던 청년 그대로의 모습인 서원우 대표다. 누군가에겐 잊힌 거리라지만 여전히 그곳은 애정 어린 삶의 현장이기에 오늘도 안주하지 않고 치열하게 발전을 기약한다.

익숙한 존재의 새로운 발견

누구나 첫 시도는 어렵다. 하지만 그 문을 넘으면 이제껏 몰랐던 기대 이상의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늘 접하던 삼겹살 갈비도 좋지만 오늘은 뭔가 새로운 걸 먹어보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고기는 먹고 싶은데 너무 기름진 건 다소 부담스러울 때 뒷고기는 멋진 선택이 될 것이다.

담백하게 맛있는 뒷고기와 푸짐하고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포슬포슬한 계란찜을 즐길 수 있는 대흥동 명동거리 <서가네 뒷고기>에서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색다른 고기구이를 즐기며 맛 경험의 배리어를 넓혀보는 건 어떨까. 추억의 페이지도 늘어나는 건 덤이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