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당신의 발을 위한
안성맞춤
미소 수제화

133번째 이야기 / 2023.10.30



내 발에 맞지 않는 신발만큼 세상 불편한 것이 또 있을까. 인터넷 쇼핑이 대세지만 신발만큼은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이나 가방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지언정 신체적인 고통을 주지는 않지만 나와 맞지 않는 신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물리적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매장 이름처럼 포근한 웃음을 지으며 맞아준 대흥동 명동거리의 <미소 수제화>의 김영세 대표는 고객에게 편안하고 좋은 신발을 제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각 신발의 원단부터 세세한 제작방법, 부위별 명칭까지 막힘없이 설명하는 그는 과거 국내 굴지의 제화브랜드 E사에서 23년이나 근무했던 중역이었다.

수많은 경험으로 피워낸 수제화 창업

당시 김대표는 각 부서를 거치며 개발부터 제작, 영업까지 모든 분야를 섭렵해야 했다. 매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미캄(MICAM-글로벌 신발 전시회)에 출장을 나가서 해마다 달라지는 트렌드에 대해 파악하고, 구두가 만들어지는 150여 개 공정을 숙지했다. 신입 직원들이 입사해서 연수를 받을 땐 영업 관련 총 교육도 맡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세월이었지만 구두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힘들어도 그저 좋았다. 그런 노력 덕분에 오로지 혼자 힘으로 10억 매출 실적을 달성하여 자동차 포상을 받기도 했다고.

“천안에는 2007년에 내려와서 갤러리아, 야우리(지금의 신세계), 천안역 이렇게 세 군데 대리점을 운영했었어요. 그러다가 경기 불황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새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서울에서 수제화를 운영하던 지인의 추천으로 본격적으로 이 길로 접어들게 된 거죠. 기성화와 브랜드화 사이의 틈새시장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수제화 매장을 2011년도에 개업했고 현재까지 12년 동안 열심히 운영 중입니다.”


개업 당시 이미 원도심은 사람으로 북적이던 전성기의 명동거리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다.
그에게는 오랜 경험과 풍부한 지식에서 온 노하우가 있었기에 고객을 모을 자신이 있었다.

단골손님 80%를 만들어낸 4가지 원칙

“제가 수제화를 판매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첫째 편안함, 둘째 세련된 디자인, 셋째 합리적인 가격, 넷째는 A/S입니다. 고객님들이 우리 매장 신발을 찾는 제일 큰 이유가 뭐냐면 일단 발이 편안하다는 거예요. 물론 디자인도 예뻐야죠. 구두가 패션의 완성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백화점 브랜드화에 비해선 훨씬 저렴해요. 백화점에 입점하는 브랜드들은 수수료나 인건비, 광고 같은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굽이 닳았다거나 틈새가 벌어졌다거나 신발을 신고 생활을 하다 수리가 필요하면 A/S도 해드립니다.”

김대표는 매장에 오는 고객 중 80%가 단골이라는 놀라운 말을 덧붙였다. ‘이번 여름에 신발 너무 편하게 잘 신었어요. 가을에 신을 신발 좀 추천해줘요.’라며 한 고객이 오고, 또 그 고객에게 추천받은 주변 지인들도 오는 이상적인 선순환이다. 덕분에 힘든 코로나 시기에도 평소 매출의 –20% 정도로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단골 고객의 소중함을 더욱 느낀다는 그에게 혹시 또 다른 영업 팁이 있을까 하여 비결을 물었다.


“전 사실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님에게 쉽게 먼저 막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만 고객이 설명을 원하실 때 오로지 사실만을 바탕으로 권유해드려요. 단골 고객님들도 제가 서비스를 잘 해 드렸다기 보다는 저의 진솔함을 더 봐주시는 것 같아요. 판매자가 솔직하지 못하면 고객들도 결국 다 아십니다. 판매자 욕심에 휩쓸려서 ‘사면서도 속는 기분’이 드는 일만큼은 절대 없어야죠. 장사하는 사람에겐 정직이 그저 최고니까요.”

1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고객이 오지만 <미소 수제화>의 주요 타깃 고객층은 4-50대 여성 고객이다. 이유를 묻자 여기서도 김대표의 소신 있는 영업 철학이 돋보였다.

“패션 매장은 분명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2-30대 젊은 분들은 온라인으로 주로 구매하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주요 타깃층이라 구입할 곳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4-50대 이상 중장년은 상대적으로 좋은 구두를 고를 매장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아요. 나이가 들면 발에 변형이 올 수 있고 관절도 약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발이 편안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디자인적으로 너무 올드한건 또 안돼요. 요즘엔 다들 마인드가 젊어서 선호 디자인도 젊은 층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에 발도 편안해야 하니 저희 같은 수제화매장이 안성맞춤 아닐까요?”

들인 정성만큼 발이 느낄 삶의 무게도 덜어지길 바라며

전시된 제품을 보고 원하는 디자인이 정해졌다면 착용해보고 사이즈, 발볼, 굽 높이, 색상 등 해당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디테일로 제작이 이루어진다. 기간은 보통 약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이런 과정이 까다롭고 어려워 제작 업체도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지만 그래서 세월이 갈수록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수제화다.

“자녀들도 다 출가시켰고 지금에 와서 큰돈을 벌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제 고객님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며 이 일을 10년 만이라도 더 하고 싶어요. ‘사장님 꼭 오래 하셔야 해요-’하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걸 보람으로 삼아 힘을 내는 거죠. 아직도 전 신제품이 나오면 설렙니다. 제화 장인들이 정성 들여 만든 좋은 제품이니 편한 신발을 신고 우리 고객님들이 편한 길만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속설이 있다. 삶의 모든 길이 꽃길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길을 걷는 당신의 소중한 걸음이 조금 더 쉽도록 내 발에 꼭 맞는 편안한 신발을 골라보자. <미소 수제화>의 김영세 대표와 함께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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