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창작공방 호작

84번째 이야기 / 2022.02.23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복이나 한글, 김치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공예나 회화, 문화재 등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양화나 현대미술에 더 익숙한 나머지 한국화를 고리타분한 그림이라 생각하거나 내용이 어려워 다가가기 힘든 분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편견을 깨고 보다 편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안 청년몰 흥흥발전소 4층에 특별한 공방이 문을 열었다. 이름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창작공방 호작>에서 당찬 청년 작가, 김희선 대표님을 만났다.

호작

꿈의 시작을 열어준 공간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김희선 대표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통미술과 역사에 관심이 생겨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진학했다. 당시는 정확히 전통미술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아끼는 마음이 컸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그때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전통문화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제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더라고요. 동양화는 단순히 난을 치거나 김홍도, 신윤복 선생님 작품을 공부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엄청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에 놀라기도 하고 겁도 났지만 공부할수록 오히려 그런 점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점점 전통문화가 재미있고 좋아졌어요. 그리고 단순히 모사에서 그치지 않고 내 식대로 그리는 창작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게 됐죠.”

하지만 많은 예술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졸업 후 작업 공간이 마땅치 않게 되고 경제적인 상황에 부딪히면서 잠시 일반 직장에 다니며 취미활동처럼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업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그녀에게 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사실 이곳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10년 안에라도 나만의 작업실을 가질 수 있을까 막연한 꿈만 꾸고 있다가, 마침 이곳에 빈자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운 좋게 들어오게 됐죠. 너무나 들어오고 싶던 곳이었기에 선정 발표를 듣곤 기쁜 마음에 작년 5월에 바로 입주했어요. 일반 직장을 다니며 꿈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과 회의감에 대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이곳까지 되면서 단번에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지낼 수 있게 된 셈이에요.”

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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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의 시작

‘호작’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일까 궁금해 물었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어머니가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우리나라 민화 중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호작도’라는 그림이 있거든요. 까치가 호랑이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주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좋은데, 호작을 또 다른 한자로 바꾸면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뜻으로 쓸 수도 있잖아요. 제가 호랑이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의미로 중의적인 이름이라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사용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어서 창작공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냥 호작이라 하면 다들 이곳이 어떤 곳일지 모르실 것 같고, 다른 곳과 겹칠 수도 있는 중의적인 이름이라 앞에 ‘창작공방’을 붙였어요. 저는 이 공간에서 제가 단지 그림을 그리고 작업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지도 않고요. 제 꿈이 그림을 통해 전통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인 만큼 손님들이 오셨을 때 전통과 관련한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다양한 문화상품과 연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그렇기에 제 그림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와 함께 공부했던 여러 전통 공예 작가들과 협업도 하고, 그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즉 전통과 관련되면서도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모든 것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기에 ‘창작공방 호작’이라 이름 지었죠.”

<창작공방 호작>에서는 대부분 캐릭터성이 강한 일러스트 풍의 그림을 주로 선보인다. “회화의 영역은 상당히 넓어요. 일러스트부터 회화까지 단계도 많고요. 그런데 저는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이런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너무 어렵지 않은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서양 문화가 더 익숙하고 그런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는 작품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매우 서구적인 문화 속에 살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청바지를 입고, 빵을 먹고, 디즈니 만화나 심지어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런 걸 보고 자라는 세대에게 어떻게 전통만을 강요할 수 있겠어요. 저조차도 그렇지 못한데요. 그런 우리의 정체성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12별자리 그림처럼 서양적인 모티브가 강한 주제에 동양적인 이미지와 상징물을 담아 표현하는 작업 등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보고 자란 정서는 서구적인 것이 더 강하기에 이런 작업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전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고요.”

이런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공방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다양한 곳에서 강연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도 늘어가고 있다. 청년몰에 입점한 덕분에 지자체나 단체 등과 연결되는 기회도 훨씬 많고,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그녀는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 흥흥발전소에 대한 애정도 매우 각별하다.

“저 같은 청년 작가들에게 이곳은 너무나 감사한 공간이죠. 지원도 상당히 많고, 다양한 기회도 제공되고요. 강연이나 클래스를 하며 저도 많은 것을 배우는데 수익까지 발생하니 굉장히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요. 그리고 이곳에 입주해있는 다른 대표님들 모두 너무나 좋으시고 대단한 분들이시기에 그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겨요. 제가 어렸을 적 번화가였던 이 지역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데 다시 그때처럼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만큼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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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이기에 더욱 특별한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보름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창작공방 호작>의 작품들은 모두가 특별하다. 특히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매번 다를 수밖에 없는 동양화 특성상 하나밖에 없는 그림이기에 더욱 애틋하다. “스케치북은 공장에서 똑같이 뽑아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쓰는 한지나 장지는 장인들이 수작업을 통해 만들기에 살 때마다 색도 다르고, 느낌도 달라요. 재료도 석채라 부르는 돌가루를 쓰는데 이것도 입자 크기나 환경에 따라 색이 모두 다르죠. 날씨나 습도, 그리는 사람의 기분 등에도 확연히 달라지므로 아무리 밑본을 똑같이 그린다고 해도 동일하지 않아요. 오직 하나뿐인 작품이기에 판매할 땐 내 살과 피를 떼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어서 김희선 작가님은 이렇게 오직 하나만 있어서 귀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예술작품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도 했다. 진정한 예술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본인의 작품 중 잘 그려진 작품은 최대한 똑같은 크기와 느낌으로 스캔해서 엽서로 제작하거나 다양한 굿즈로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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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통과 정통 예술만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반짝이는 그녀다. 본인의 작품 속에 어떤 한국화 요소가 사용됐는지, 그것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우리의 전통문화를 좋아하고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화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던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잠깐 동안에 석채 안료라던가 아교포수라는 코팅 비슷한 밑 작업 등의 지식을 알게 됐을 정도로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덩달아 한국화에 대한 관심까지 생겼다.

예술은 즐겁고 재미있어야죠!

김희선 대표님은 본인이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어려움을 일반 사람들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쉽고, 더 즐겁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졸업을 하고 혼자 그림을 그리던 당시, 그림이 어렵게 느껴지면서 재미도 없어지고 잘 그려지지도 않아서 엄청 힘들었던 때가 있어요. 어찌 보면 예술은 우리가 즐겁자고 하는 건데 어려워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전통문화와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많지만, 제가 대학생 때만 해도 그런 것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재미있는 요소들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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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예술은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그렇기에 제가 운영하는 이 공방에서만큼은 많은 분들이 소소하게라도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 그림을 보며 ‘전통 회화를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생각보다 전통 예술, 전통문화가 고루하고 지루한 것이 아니구나’, ‘재미있는 콘텐츠도 많구나’ 생각하고 흥미를 가지며 즐기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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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대학원 2학년생이 된 김희선 대표님은 학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면서 각종 전시나 아트페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반인 대상 클래스도 진행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 그림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매일매일이 즐겁다는 그녀는 올해 안에 개인전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하루빨리 다른 전통 공예 작가들과 함께 작품도 선보이고, 교육도 진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창작공방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리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아직 많은 이들이 전통문화를 계승해나가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지면 우리의 전통문화도 자연스레 잊히기 쉽다. <창작공방 호작>의 김희선 대표님은 전통문화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전통을 접목시켜보는 것만으로 보다 즐겁게 우리의 것을 지켜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우수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요즘, <창작공방 호작>에 방문해 한국화의 색다른 변신도 경험해 보고, 그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창작공방 호작>의 작품과 전시 소식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는 인스타그램(@hojak_goods)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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