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맛이
그리울 땐,
은혜네 손칼국수

59번째 이야기 / 2021.05.28

엄마가 차려주는 밥은 언제 먹어도 정겹고 따뜻하다. 화려하게 차려지지 않아도 정성이 가득 담긴 엄마의 손맛은 그 어떤 요리사의 음식보다 맛있고 만족스럽다.

천안역전시장 안 골목에는 이런 엄마의 손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더구나 가격까지 착해 한번 방문하면 자꾸만 찾게 된다는 ‘은혜네 손칼국수’가 그 주인공.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은혜네 손칼국수 임복순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은혜네손칼국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

문을 열고 들어서니 허름하지만 고향집에 온 듯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실내가 반긴다. 딸아이의 태명인 ‘은혜’로 가게 이름을 짓고 30년 가까이 이 식당을 운영해왔다는 임복순 대표님의 설명에서 왜 고향집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몇 달 만에 바뀌는 가게도 수두룩한 요즘인데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과 맛을 선물해왔을까.

은혜네손칼국수

착한 가격으로 감동 두 배

은혜네 칼국수집의 모든 메뉴는 5천원.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착한 가격’이다. 이미 2016년 행정안전부에서 착한가격모범업소로 선정했을 만큼 모두가 인정하는 곳임에도 대표님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원재료값의 상승으로 최근에 할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게 된 것을 연신 안타까워하셨다.

“꽤 오랜 시간 모든 메뉴가 4천원이었어요. 웬만하면 그 가격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는데, 반찬부터 주메뉴까지 모두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한 번에 천원이나 올리는 게 너무 죄송한데도 손님들이 아무 말씀 없이 계속해서 찾아주시는 것이 감사해서 더 성심성의껏 하려고 하죠.”

은혜네손칼국수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김치도 직접 담그고 칼국수도 손수 반죽을 해서 칼로 써는 방법을 고수한다고 한다. 여름철 가장 인기메뉴라는 콩국수는 직접 콩을 삶고 갈아 만들고, 겨울철 인기메뉴인 팥칼국수와 사골떡만두국도 재료 손질부터 남의 손을 거치는 법이 없다고. 떡조차도 방앗간에서 직접 뽑아서 사용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애정과 깐깐한 고집이 있으셨기에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 한 잔에도 마음을 담고 싶어요.


손님이 들어와 앉으면 곧바로 테이블에 놓이는 큼지막한 물병. 잔을 들고 따르니 구수한 향과 함께 따스함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요즘 어딜 가나 생수나 정수기 물을 주는데 전 그게 싫더라고요. 이렇게 티백이라도 담아서 우리면 구수하고 몸에도 좋잖아요. 겨울에는 직접 끓여서 드리고 있어요.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드시는 것이 저도 좋으니까요.”

음식 준비로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푸근한 말투로 설명하시는 임복순 대표님의 모습에서, 어릴 적 어린 삼남매를 위해 무더운 날에도 직접 보리차를 끓여주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코끝이 찡해진다.

은혜네손칼국수

얼마나 지났을까, 금세 한 상 가득 차려진 정갈한 음식에는 정성도 함께 묻어난다. 딱 먹기 좋은 굵기로 잘린 칼국수 면발과 푸짐한 바지락으로 더욱 시원한 국물. 조금이라도 든든히 먹길 바라는 부모 마음으로 열무 보리밥과 고소한 수육까지 서비스로 더해진다. 5천원이라는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푸짐하다.

은혜네손칼국수

번거롭더라도 이윤보다는 정성을 추구하는 대표님의 열정으로 열무김치를 비롯한 모든 밑반찬도 직접 만들어진다. 각종 MSG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던 혀가 편안해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듯한 맛이다.

이런 맛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기에, 오픈 시간이 조금 지나자 금세 가게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눈에 봐도 여러 번 이곳을 찾은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은혜네손칼국수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비결이 궁금해 여쭸더니 돌아온 답변.

“요즘 많은 음식들은 항상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저울로 달거나 계량을 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모두 손맛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맛이 일정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래도 맛있다며 드셔주시는 손님들이 계셔서 참 힘이 납니다.”

이처럼 직접 만들기에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대단한 대표님은 단골손님이 많다. 미리 방문 시각과 메뉴를 연락하거나, 여행 사진을 공유하며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도 있다. 단순히 번호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손님에 대한 메모도 꼼꼼하게 남기며 소통하기도 한다. 그런 세심함과 열정 덕분이었을까, 임복순 대표님은 현재 상인회 부녀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은혜네손칼국수

믿고 맛있게 드시면 좋겠어요.

“가끔 너무 저렴한 가격에 중국산을 먹어도 괜찮을지 의심을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그런데 재료 선정부터 요리까지 모든 과정을 제가 직접 꼼꼼하게 하고 있으니 믿고 드셔주셨으면 좋겠어요.”

‘착하게 살자’가 쓰인 앞치마를 두르고 수줍은 듯 웃으시며 하신 대표님의 마지막 말씀이 자꾸만 귀에 맴돈다.

한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안식처가 되어준 고목나무처럼 30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 은혜네 칼국수집의 모습은 넓고 세련된 모습은 아니어도 오히려 그래서 더 푸근하고 친근한 매력이 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엄마의 손맛으로 마음까지 위로받고 싶다면 천안역전시장 ‘은혜네 손칼국수집’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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