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과 함께
선명해지는 추억
퍼플스토리

36번째 이야기 / 2021.05.12

‘퍼플스토리’는 천안역 지하상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가게 중 하나다. 원목의 향기가 물씬 나는 가게 인테리어와 눈에 쏙 들어오는 보라색 현판, 그리고 다양한 사진과 그림 액자가 마치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줘, 무척 감각적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서다.

지하상가를 오가며 ‘여기는 어떤 가게일까?’ 무척 궁금하던 차였는데, 최근에서야 나무액자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에 사진과 그림 등을 출력할 수 곳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린트샵’이라는 이름을 갖춘 퍼플스토리. 가게 이름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만큼이나 감각적인 대표를 만나 천안 원도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퍼플스토리

#나무프린트액자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이 된 퍼플스토리의 주력은 ‘나무 프린트 액자’다. 조금 낯선 단어의 조합인 나무 프린트 액자는 작은 나무조각을 모아 크게 만든 판재에 UV 자외선에 단단하게 굳어지는 잉크로 사진이나 그림을 인쇄한 액자를 뜻한다.

나무 프린트 액자는 나무 특유의 색상과 결이 드러나 종이에 인화하거나 전사한 사진과 달리 따뜻한 느낌을 준다. 흰색과 투명 잉크를 사용할 수 있어 일반 프린트와는 또 다른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나무 프린트 액자는 햇빛에 의해 색상이 바래지는 현상이 없다고 한다.

퍼플스토리

​퍼플스토리가 이렇게 나무 프린트 액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장비 덕분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독특한 형태의 기기가 있었는데, 이게 나무 프린트 액자를 만들 수 있는 ‘UV평판 프린터’라고 한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한 구조지만, 두꺼운 소재에도 바로 프린트할 수 있도록 소재를 올려놓은 평판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다르고, 프린트 헤드옆에 잉크를 바로 경화시킬 수 있는 자외선 램프가 달려 있어 프린트가 진행되는 동안 보랏빛의 자외선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퍼플스토리

​이런 특별한 프린트 방식 덕분에, 평평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프린트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나무판 말고도 캔버스천, 가죽, 아크릴, 철재 등 다양한 재질로 된 곳에 인쇄한 결과물을 퍼플스토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재질을 가공하고 다루다 보니 사진 프린트 외에 다른 기술력도 쌓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일례로 가게에서 낯익은 소품을 발견했는데, 원도심에 있는 또 다른 가게인 ‘봉구아트’를 취재하며 봤던 아크릴로 만든 물고기 모양이었다. 알고 보니 퍼플스토리에서 레이저 커팅기로 아크릴을 재단하여 봉구아트에 공급했고, 여기에 봉구아트가 레진 플루이드 작업을 더한 후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납품되었다고 한다.

퍼플스토리

상생을 통해 커지는 시너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계속해서 낯익은 결과물들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는 ‘너를보다 플라워’의 로고가 보였고, 하보리떡방 로고 액자와 떡 스텐실 아크릴판, 눈데이썬의 알파카 캐릭터가 인쇄된 그립톡과 틴케이스도 보였다. 퍼플스토리의 인스타그램에 가면 이 밖에도 다양한 천안 원도심 상점들과의 협업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퍼플스토리는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원도심 발전을 위한 사업인 ‘천안창조문화산업지원센터 창조장사꾼’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천안역 지하상가에 가게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샵아름다워’, ‘봉구아트 스튜디오’, ‘꽃님이네 향나무’ ‘눈데이썬’ 등이 같은 시기에 입주하며 인연을 맺은 상점들이라고 한다.

작은 인연을 통해 만났지만,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며, 마침 충청남도 경제진흥원에서도 시장상인을 위한 교육과 다양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어 코로나 19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버틸 힘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과 소통을 통해 원도심 상권이 부흥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퍼플스토리에 담긴 뜻


대화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다. 퍼플스토리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purplestory1945.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퍼플스토리라는 이름과 인스타그램 아이디의 유래를 물어보는 질문에 윤보라 대표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 때 purplestory라는 아이디는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뒤에 숫자를 붙이기로 했는데요. 여기가 천안역 지하상가 194, 195호다 보니 1945라는 숫자를 붙여 purplestory1945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마치 1945년부터 시작된 브랜드인듯, 광복절과 연관을 지어 역사의식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퍼플스토리라는 상호도 나름의 심사숙고를 거쳐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먼저 대표의 이름이 ‘보라’라는 점과 UV프린터에서 나오는 자외선(UV, Ultra Violet)이 보랏빛 계열의 색이라는 점에서 ‘퍼플’을 착안했으며, 윤보라 대표가 처음으로 사업하는 ‘이야기’, 그리고 고객이 주문한 사진에는 저마다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기에 ‘스토리’를 붙여 ‘퍼플스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새삼 가게에 놓인 액자들이 달리 보였다.

퍼플스토리

퍼플스토리가 그리는 이야기

천안시의 도움을 받아 천안역 지하상가에 뿌리내린 만큼, 천안시, 그리고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작지만, 힘이 되고 싶다는 윤보라 대표. 이런 마음은 군데군데 전시된 천안의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우연한 기회에 교육용 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선생님들이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활용하는 교구를 제작하는데 퍼플스토리의 UV평판프린터와 레이저커팅 솔루션이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업용 교구를 제작하길 원하는 선생님과 교육기관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교구에 대한 선생님의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드렸는데 선생님은 꿈이 현실로 이뤄져서 정말 좋으셨다고 해요. 그 선생님의 입소문을 통해 교구 제작의뢰가 늘었고, 저 또한 진지하게 교구 개발과 제작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몇 개의 교구 샘플을 소개하며 윤보라 대표가 말했다.

퍼플스토리는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단순히 판매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물건을 만드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에 가깝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할 수 없고, 여러 협력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윤보라 대표는 퍼플스토리의 앞으로 나아갈 길을 기업고객과 일반 고객을 동시에 확보하고 만족하게 할 수 있는 ‘B2B2C’로 정리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금의 퍼플스토리를 있게 해준 개인의 추억을 출력하는 일 또한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 손자 삼대가 찍은 사진을 나무 액자로 주문하면서 아버지가 병환에 들기전 건강했던, 환하게 웃는 마지막 모습의 사진이라며 사진 속 이야기를 해주셨던 손님이 계셨는데, 한 달쯤 후에 다시 오셔서 아버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셔서 봉안당에 둘 용도로 나무 액자제작을 주문하신다고 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사진을 보정, 액자로 제작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는 윤보라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퍼플스토리의 의미 있는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스마트폰에 잠들어 있는 사진을 액자로 만들고 싶다면, 천안역 지하상가에 있는 퍼플스토리를 방문하자. 카카오톡 채널(퍼플스토리 프린트샵을 추가하여 미리 사진을 보내 주문하고, 방문하면 드라이브쓰루, 워킹쓰루로 바로 액자를 찾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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