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원도심 속
숨겨진 문화체험 공간,
도예공방 草史(초사)

31번째 이야기 / 2021.04.28

홍익대학교 미대 출신의 오장훈 대표님은 작년에는 <천안 삼거리 공원> 조형물을 여러 개 설치했고, 인터뷰 당일도 조형물에 명판을 세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서울 토박이였던 그가 천안 원도심인 대흥동에 자리 잡은 지 7년이 넘었고, 천안에 내려 온 지는 15년이나 되었다.

스펙도 화려한 그가 서울이 아닌 천안에 내려오게 된 계기는 광덕에 위치한 거래처를 오가며 느껴진 천안에 대한 인상이 제법 괜찮았다는 소소한 이유 때문이였다.

뚝심있는 도예가 오장훈

초사공방은 미도아파트 지하에 위치해있다. 한 때는 최고 부자만 살던 아파트였고 백화점이었지만 지금은 가게도, 사람도 다 나간 빈 건물이다. 이 자리를 고집스럽게 고치고 지킨 사람이 바로 오장훈 대표.

도자기를 굽기 위해서는 물레부터 토련기, 모형 제작에 필요한 갖가지 도구와 기계, 수레 등 수십가지의 장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작품을 설치할 공간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미도백화점 지하 300평을 다 사용해야 했다.

도예공방 초사

“쓰레기만 수 십 트럭 치웠어요. 지금도 많이 남아있지만, 사람들이 와서 작업할만한 공간을 확보해야만 했죠.”

기자가 찾아간 그날도 청소를 하고 있었다. 대표님의 거친 손은 흙을 만지고, 청소하고, 건물 수리하고…. 쉴틈없이 일하는 그의 생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도예공방 초사

입주 초기에는 아기자기한 작품도 많이 만들었다. 원데이 체험자들은 와당무늬 도자기 작품을 하나 만들어가곤 했다. 오장훈 대표님은 억센 인상과 달리 섬세하고 귀여운 미니어쳐작품을 좋아하는 ‘부드러운 남자’였다. 도예 뿐 아니라 목공과 금속까지 활용한 아기자기한 작품을 체험자들과 함께 만들기도 했다.

도예공방 초사

천안시민을 위한 문화예술센터의 꿈

대표님이 원도심에 내려온 2015년은 원도심 재생사업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시민들이 도예, 목공 등 모든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체험센터를 만들고 싶어 하던 차에 당시 안상욱 도시재생지원센터장님이 원도심으로 들어오라고 권하셔서 대흥동으로 들어오기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님 외에도 여러 사업자가 매장을 열어 복합 체험공간으로 꾸미고 싶어했고, 그래서 백화점 자리였던 지금의 공방자리로 오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도예 작업자가 25명,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 활동하는 매장들이 합류하였다.

도예공방 초사 도예공방 초사

“창작할 때는 여러 장르가 결합한 콜라보가 참 재미있어요. 입주 초기에는 다양한 분야 창작자들이 모여 있어서 이런 작업이 가능했지요. 그 때도 제가 제자들 밥 사주고 재워가며 일했어요. 돈 생각 안하고 재미있게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떠난 사람이 많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체험프로그램도 다 막혀서 체험장은 적막하기만 하다. 후배들과 제자들도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고 공방 대표들도 많이 떠났다. 초사 공방 입구에 아직 남아있는 나무 간판에는 7년 전 함께했던 공방의 이름이 빼곡하다.

도자기는 문화가 아니다?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 원도심에서 도자기 공방을 하면 지원을 많이 받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었다. 그래서 사람을 모으고 돈도 많이 썼지만 서류상, 절차상 난관이 많았다. 대량으로 도자기를 만들 때에는 기계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가 되었다는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하셨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천안시민들과의 공감은 지속되고 있었다. 문화공간이 부족했던 천안에서 초사공방은 천안시민의 예술 체험 명소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도자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었고, 지금도 언제 수업 할 수 있느냐며 기다리는 그룹이 여럿이다. 이렇게 문의는 오지만 작년 상반기에 소규모 강좌를 제외하면 코로나로 인해 21년 4월까지 대중 강의는 진행을 못했다. 하루빨리 안정화가 되어 원데이 강좌와 정규강좌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도예공방 초사

대표님의 도자기로 만든 조형물은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작품이다. 작년에 공공미술 지원사업에 팀으로 참가해 작품을 삼거리공원에 설치했다. 총 8개월에 걸친 장기 작업이였고, 최근에야 명판을 붙이고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도예공방 초사

경제적, 사회적 이유 등으로 떠난 제자들과 함께 협력하던 창작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대표님은 오래 쌓인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창작자들이 와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마음 편히 창작 활동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하셨다.

하지만 천안시민들이 도예 체험할 수 있는 이 넓은 공간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애초의 포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초사 공방에 들여놓은 장비들만 2억이 넘는데 지금은 이 장비들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며 너털웃음과 함께 말씀하셨다.

“겨울 다음에는 봄이 오지 않나요? 천안시민들이 함께 도자기 빚으며 웃을 날이 곧 오겠죠 그런 희망도 없이 긴 겨울을 어떻게 견디겠어요?”

어려운 마음을 털어놓으면서도 미소 짓는 대표님의 모습에는 여유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물레를 돌리고 가마를 청소한다. 긴 겨울의 끝에 천안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날을 기대해본다.

초사공방에서 도예 강좌를 수강하고 싶은 분들은 5명이상 팀을 구성하고 주 2~3회씩 수강을 할 수 있다. 월 수강료는 20만원 정도이며, 재료비는 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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