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의 자랑이 될
장미맨숀 & 자연농원

81번째 이야기 / 2022.01.27

가끔 그런 곳이 있다. 나 혼자만 알고 싶으면서도 오래오래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곳. 나에겐 햇살이 쏟아지는 넓은 창가에 혼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던 카페가 그랬고, 푸짐하고 맛있는 메뉴가 다양한데 가격까지 착한 음식점이 그러했다.

천안 원도심에도 그런 곳이 있다. 문화동에 나란히 자리한 <장미맨숀>과 <자연농원>이 그 주인공으로, 맛과 가격, 후한 인심까지 두루 갖춘 곳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곳 모두 한 젊은 대표님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 어떻게 하나도 아니고 두 개의 매장을 단숨에 맛집 반열에 올릴 수 있었는지 궁금해져 어느 겨울 저녁, 김주하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장미맨숀

맛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당찬 사업가

고향은 청주이지만 3년 전 천안에서 살게 되면서, 자신의 삶의 터전이 된 천안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김주하 대표님은 문화동의 <장미맨숀>과 <자연농원> 외에도 두정동의 <국빈관>과 봉명동의 또 다른 <자연농원>까지, 천안에만 네 곳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코로나로 대부분의 요식업계가 힘든 상황인데도 꿋꿋하게 가게를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그녀는 고비도 많고, 고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장미맨숀을 처음 차렸던 3년 전엔 항상 만석으로 대기하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어요. 그러다 한 1년 정도 지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영업시간 제한까지 계속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더 줄었죠. 코로나 이후로 계속 적자가 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상황이 나아지겠지, 코로나가 끝나겠지 하며 지내온 것이 지금까지 왔네요.”

장미맨숀

자유로운 분위기와 레트로 감성으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장미맨숀은 시그니처 메뉴인 곱도리탕과 파스타+치킨이 큰 인기다. 그 밖에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맥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저렴해 회식 장소로도 각광받던 곳이다. 그런 그곳이 코로나로 회식 문화도 사라지고 영업시간이 단축되니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워낙 맛있고 가성비 좋은 메뉴들로 입소문이 나 배달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주하 대표님은 1년 전 <장미맨숀> 옆에 <자연농원>이라는 냉동 삼겹살 전문점을 오픈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먼저 챙기는 그녀는 <장미맨숀>에서 일하던 성실하고 친절한 알바생을 <자연농원>의 매니저로 일할 수 있도록 했고, 역시나 저렴한 가격에 풍성하고 맛있는 기본 찬을 제공하도록 구성했다.

장미맨숀

“제가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굉장히 좋아해요. 어떤 음식을 먹으면 누가 요리했는지도 알 정도로 완전 미식가이고요. 그래서 무엇보다 ‘맛’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제가 운영하는 가게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야 하고 또 맛있어요. 비록 촌스러운 인테리어의 가게에서 가격이 싼 서민음식을 판매하고 있지만, 제 마인드와 음식 퀄리티만큼은 호텔에 못지않아요. 고객분들께도 꼭 그런 대접을 해드리고 싶고요.”

김주하 대표님의 이런 확고한 신념과 노하우 덕분인지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농원> 역시 문화동의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일단 한번 방문하면 만족하지 않고 돌아간 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는 그녀는 맛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한 번도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 오신 손님이 맛없다고 하신 적이 없어요. 예전에 제가 음식 솜씨 좋으신 이모님과 함께 반찬가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다른 반찬가게보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했거든요. 반찬을 판매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그리고 그때 그 반찬들이 지금 기본 찬으로 나가는 거니까 당연히 맛있죠.”

또 다른 도전


계속되는 적자에도 언젠가는 코로나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틴 지 몇 년째. 지칠 법도 한데, 대표님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보다 배달 주문이 많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배달로 선보이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것. 무엇이든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답게 제품 캐릭터 디자인이며 네이밍까지 했다.

옥수수빵을 비롯해 커피와 함께 간단하게 즐기기 좋은 디저트류를 판매하는 ‘옥수수커피’,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여러 맛으로 선보이는 ‘천안 호두과자와 세계 여행’, 그리고 최근 <자연농원>에서 기본 찬으로 서비스하는 실비김치를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문화동 매운 실비김치와 보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장미맨숀

“처음에는 후식 겸 드실 수 있는 커피 정도를 생각했다가 디저트나 다양한 음료도 함께 구성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옥수수커피’를 만들었어요. 이윤을 남길 목적은 아니어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하는데, 커피는 무조건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기에 커피머신은 천만 원짜리를 들였어요. 원두도 제 입맛에 맞게 고른 고급 원두를 사용하고요.”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고마운 지역인 ‘천안’의 호두과자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브랜드도 만들었어요. 이건 아주 나중 일이 되겠지만, 정말로 해외 진출도 생각해서 만든 거예요. 지금은 남루하게 배달로 시작하지만, 남들이 인정하는 맛이니 언젠가는 해외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옥수수빵이나 와플, 호두과자 모두 즉석에서 직접 구워서 나가기에 따끈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 ‘문화동 매운 실비김치와 보쌈’인데요. 제가 여기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동네 이모님들이 너무 정겹고 좋아요. 근처 야채가게에서 동네 할머님들이 모여 같이 양파도 까고, 파도 까고 하시면 저도 함께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요. 몇 백 원짜리 다방 믹스커피를 파는 커피숍에서 같이 커피도 마시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추시는 할머님들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비록 커다란 느티나무나 시골집은 없어도 이곳은 굉장히 평화로운 시골 동네 같은 분위기예요.”

주민자치위원회로 활동하게 되면서 동네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다. “어쩌다 주민자치위원회를 하게 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곳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진짜 이 동네 없어지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제가 만든 음식에도 문화동을 꼭 담고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문화동 매운 실비김치와 보쌈’이고요. 나중에 이곳이 다 없어져서 공원이 되고 신도시가 들어선다 해도 여기서 터를 일구고 살았던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있을 거잖아요. 그들의 추억도 고스란히 남아있을 거고요. 이곳의 이름과 이야기가 담긴 음식들을 배달하면서 더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죠.” 그러고는 동네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음식으로 코로나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셨다.

장미맨숀
장미맨숀

“정성과 진심을 담은 메뉴”

<자연농원>은 겨울철 한정으로 굴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아침 일찍 나와 배추도 직접 절이고 굴도 씻고 무생채도 무쳐야 하는 등 시간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지만 한 번도 거르는 법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엄청 맵기로 유명한 실비김치며 알타리, 쪽파김치까지 모두 가장 좋은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직접 담그고 모두 서비스로 제공한다. “사실 실비김치가 비싸지만 고기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거든요. 만 원짜리 냉동 삼겹살을 파는 집에서 모든 김치를 직접 담가서 서비스로 내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기를 더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드리고 있어요. 맛있어서 내일 또 오시면 좋은 거니까요. 특히 저희 집 실비김치는 가장 좋은 재료를 엄선해서 손수 만들고 있어서 그 어느 곳보다 맛있다고 자신해요. 요즘에는 이 실비김치를 드시고 싶어서 문의하시는 손님들이 생길 정도예요.”

장미맨숀

끝으로 김주하 대표님은 이렇게 저렴한데 맛까지 훌륭한 음식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코로나도 극복하고,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겨운 문화동을 계속 지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녀의 바람처럼 <장미맨숀>과 <자연농원>,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다양 브랜드까지 문화동의 자랑이 되어 그 거리를 오래도록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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