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옷을 수선하고,
리폼해드려요.
은혜 옷수선

28번째 이야기 / 2021.04.26

"옷에 몸을 맞춘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요새는 예쁜 옷에 맞춰 다이어트를 하거나 혹은 근육을 키워 옷을 입는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면, 과거에는 큰 옷을 사거나 물려받아 몸이 자랄 때까지 두고두고 입는다는 의미가 먼저 떠올랐다.

헤진 곳을 깁고, 커진 곳을 접어 줄이고... 과거의 수선은 절약이라는 가치에 가깝게 있었다면, 요즘의 수선은 신체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개인화'이라는 가치 근처에 위치한 모양새다.

이제는 수선의 영역에서 벗어나 나만의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옷을 찢어 입거나 덧대고, 패치를 붙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폼'하는 흐름 또한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 '수선'에 관한 이야기를 천안 명동거리에서 수십 년째 은혜 옷수선을 운영하는 대표 부부와 나눠봤다.

은혜 옷수선

재단사 ; 옷을 마름질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은혜 옷수선 매장은 온통 옷들과 바늘, 실, 그리고 재봉틀들로 가득했다. 또한, 쉴 새 없이 재봉틀은 돌아갔고 이야기하는 내내 수선하는 옷에 손을 떼지 않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지하 1층 작은방 안의 은혜 옷수선은 올해로 22년째 한자리에서 운영되는 작은 수선집이다. 은혜 옷수선은 본디 양복 제작 전문점으로 시작해 과거에는 양복을 맞추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점점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경쟁에 밀려 수선집으로 업종을 바꾸게 되었고, 지금은 백화점이나 개인들의 옷을 수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남편분은 원래는 청주에서 거주했지만 일 때문에 천안으로 터를 잡으셨다고 한다. 아내분은 지금의 남편의 만나 수선 일을 어깨너머로 배워 함께 은혜 수선을 운영하고 계신다. 주로 부인분은 주문 접수나 사이즈 체크 등 손님들을 대하는 일을 하시고, 남편분은 묵묵히 앉아 재봉틀로 무언가를 계속 수선하는 모습이었다. 각자의 자리와 역할에 충실히 일하시는 모습이 오랜 세월동안 은혜 옷수선을 함께 운영한 노하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혜 옷수선

"하루에 몇 벌 정도 수선하세요?"


라는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다양한 옷이 쉼없이 오갔다. 바지, 셔츠, 자켓 등 정말 다양한 옷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질문을 삼켰다. 과거에 양복을 전문으로 만드셨던 남편분은 그 실력을 살려 주로 백화점이나 외부에서 오는 옷들을 주로 수선하셨고, 부인분은 동네분들의 옷을 수선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놀라웠던 건, 말씀 나누는 내내 일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그중 재봉틀에 실을 넣는 모습이었다. 안경도 안 쓰신 채로 정말 작은 구멍에 실을 망설임 없이 넣고 빼며 재봉을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였다. 앞으로도 눈 건강이나 어깨,허리에 신경을 쓰며 오랫동안 운영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은혜 옷수선

기회가 되면 다시 양복점을 오픈하고 싶은 마음

비록 지금은 일반 의류 수선과 리폼을 주로 하고 계시지만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양복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한 일이 맞춤양복이었기에, 지금도 다시 그 일을 하고 싶다는 대표님의 얼굴에서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리폼'이 주목받으면서 은혜 옷수선에는 리폼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일하고 나면,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로 관두기 일쑤였다고 한다. 취미가 아닌 전문적으로 배우기를 원한다면 옷에 대한 열정에서부터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단순하고 쉬워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대표님이 전했다.

은혜 옷수선

은혜 옷수선 찾아와 주신 분들은 목소리로 기억해요

하루 종일 수선집에서 일하시는 두 분은 인터뷰하는 시간조차도 시간에 쫓기며 바쁜 손놀림을 보여주셨다. 손님이 방문하거나 주문 전화를 받을 때에만 잠시나마 손이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통은 늘 손님들이 먼저 전화를 하고 방문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주로 목소리로 손님들인 기억하신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통화를 하게 되면 실제로 만났을 경우에도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감이 느껴지신다고 했다.

인터뷰하는 동안, 중년 남성분이 방문하셨는데 그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셨다. 옷 수선을 맡기고 한동안 찾아오질 않고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아 걱정하고 있던 차에 동네분들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많이 다쳐 거동이 힘들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전화가 오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걸어서 다시 은혜 옷수선을 찾아주셨다는 이야기였다.

손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반가움을 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돌아가고 난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시면서 "얼마나 다행이지 몰라요"라는 말과 함께 안도하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손님들을 몇십 년째 만나고 있을 텐데, 되도록 모두를 기억하며 그들의 안부까지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은혜수선

천안 명동거리에서 22년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은혜 옷수선. 누군가에게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그곳을 방문하며 늘 새로운 것에 대해 열광하고 헌 것에 대해 쉽게 포기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은 바쁘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일하는 두 분의 모습을 담으며,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옷들을 매만지며 머물고 계시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옷장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는 옷들을 꺼내 ‘예쁘게 리폼을 해봐야지’ 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 곳이었다. 사이즈나 길이감으로 못 입은 옷이 있다면, 천안 명동거리에 위치한 은혜 옷수선에서 새로운 옷으로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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